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사칭한 보이스 피싱(전화금융사기) 피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사기와 사기미수 혐의로 김모(55·부산시 부산진구)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3일 오전 11시 공중전화로 서울의 한 대학교 교수의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어 “나야 나, ○○교수, 나 모르겠어”라며 마치 김 대표인 것처럼 행세했다. 하지만 김씨는 곧바로 돈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에 이상히 여긴 교수가 “지금 수업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라”고 한 뒤 휴대전화에 뜬 공중전화 번호를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이날 낮 12시쯤 교수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가 공중전화 위치를 파악하고 있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이 압수한 김씨의 수첩에는 전국의 시·도의원, 대학교수, 교사, 기업인 등 60여 명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이들에게 전화해 “김 교수 나야”하는 식으로 전화받은 사람의 직업에 따라 대학총장·교장·사장 등으로 행세했다. 이어 “좋은 일에 기부금이 필요하다”“함부로 다닐 수 없으니 특보나 사람을 보내겠다”고 속인 뒤 자신이 마치 특보 등인 것처럼 피해자를 만나 기부금 명목의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 1월부터 같은 수법으로 5~6명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아 챙겼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사기전과가 20여 범인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3월 25일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자신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피해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김 대표는 “저하고 목소리가 비슷한 사람이 전화해 여러 가지 그럴듯한 내용으로 돈을 요구해 송금한 분이 여럿 나왔다”면서 “속아 넘어가지 마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올 해 초 이런 사실을 부산지방경찰청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학교수의 도움으로 피의자를 검거하게 됐다”며 “김씨를 상대로 여죄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황선윤 기자suyo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