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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하지원·고소영이 만든 세상에 딱 하나뿐인 가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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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호 24면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 펜디의 자선활동 중 하나인 ‘피카부 프로젝트’가 영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에서 진행된다. 각국의 문화 인사들과 펜디 가문의 딸이자 가죽액세서리 부문 크레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실비아 벤추리니, 그리고 펜디 아틀리에 장인들이 협업하는 프로젝트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피카부 백을 만들고 이를 경매에 붙여 얻은 수익금은 모두 자선활동 및 문화기금으로 사용한다. 한국에선 올림픽 피겨 챔피언 김연아와 배우이자 패셔니스타인 하지원과 고소영이 참가했다.

‘피카부(Peekaboo)’는 2009년 첫 선을 보인 후 펜디의 대표상품으로 자리 잡은 핸드백이다. 백의 이름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떼며 “까꿍” 하는 소리로 아이를 놀라게 하는 놀이를 뜻한다. 하나에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가방에 아이들 놀이 이름을 붙인 것은 독특한 디자인 때문이다. 첫눈에 보이는 가방 디자인은 옆으로 조금 긴 직사각형 모양에 손잡이 하나 달린 게 전부다. 겉으로는 로고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가방의 진면목은 가방을 살짝 열었을 때 드러난다. 겉면의 부드러운 가죽이 앞으로 늘어지면서 안쪽에 또 하나의 가방이 ‘까꿍’ 하면서 드러나는데 그 색깔과 무늬, 소재가 겉과는 대조적인 파격을 보여준다. 뛰어난 노하우를 지닌 장인정신과 수공예 기법, 창의적인 발상이 집약돼 겉에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보는 이를 깜짝 놀라게 하는 ‘양면성’, 이게 바로 피카부 백의 매력이다.


펜디는 고객이 원하는 소재를 직접 골라 자기만의 가방을 만들 수 있는 주문제작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피카부 프로젝트’는 이 독창적인 주문제작 방법에서 비롯됐다. 문화·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재기발랄한 디자인 주문에 따라 아틀리에 공방 장인들이 정교하게 가방을 만들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은 ‘이유 있는’ 생명력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가치를 발휘한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배우 기네스 펠트로,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가방 지난해 개최된 첫 번째 피카부 프로젝트에는 10명의 영국 인사가 참여했다. 환희에 가득 차 활짝 웃는 여성의 얼굴을 안감에 표현한 가수 아델, ‘슈퍼 우먼’을 상징하는 알파벳 S자를 전면에 새기고 자신의 이름 첫 자인 C와 D를 옆면에 새긴 모델 카라 델레바인, 하얀 가죽에 검정 비즈(구멍 뚫린 구슬 장식)와 진실·사랑·자유라는 글자를 장식한 배우 나오미 해리스를 비롯해 현대미술가 트레이시 에민, 모델 제리홀과 그의 딸 조지아 메이 제거,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타냐 링, 저널리스트 케이트 에디 등이 각자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뽐냈다.


특히 화제가 된 것은 배우 기네스 펠트로의 디자인이다. 겉면을 흰색 악어가죽으로 꾸미고 손잡이와 상단부를 검정 가죽으로 꾸며 고급스러우면서도 지적인 대비 연출을 보여준 그녀의 가방은 재료비(최상급 악어가죽)가 가장 많이 들었다. 때문에 9개의 가방 경매 시작가격이 모두 1000만원부터였던 것에 반해 기네스 펠트로의 가방은 1500만원부터 시작했다. 유명인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낙찰가는 모두 비밀에 붙여졌는데 펠트로의 가방은 3000만원 이상에 낙찰됐다는 후문이다.


한편 검정 가죽을 한 장 한 장 조립해 책이 펼쳐진 모양처럼 쌓아올린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가방은 숙련된 장인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만큼 어려웠던 디자인으로 알려졌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건축한 이답게 바닥은 둥글게 말라올리는 등 특유의 유기적이고 미래적인 건축 양식을 가방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평이다.


이들 10명이 만든 가방은 5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 간 온라인 경매에 붙여졌고 수익금은 모두 런던과 브리스톨에 기반을 둔 자선단체인 키즈 컴퍼니에 기부됐다.


지난 5월 일본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에는 배우 이노우에 마오, 패션 아이콘 안나 델로 루소, 현대미술가 마츠이 후요코, 예술가 다카하시 히로코, 도쿄 예술대학장 미야타 료헤이 등 일본의 예술·디자인·패션계 인사 5명이 참가했다. 역시 완성품은 온라인 경매를 통해 판매됐고 수익금은 새로운 창작인을 양성하기 위한 도쿄예술대학 장학기금으로 기부됐다.

피겨 대회 참가 의상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뱀파이어와의 키스’에서 영감을 얻은 김연아의 디자인

에너지 넘치는 노래 제목 ‘당신은 나의 우주(You are the Universe)’를 크리스털로 새긴 하지원의 디자인

‘청마’의 해에 태어난 딸에게 물려주겠다며 푸른빛의 상상 속 동물 유니콘을 그려넣은 고소영의 디자인

김연아·하지원·고소영, 감각을 말하다 세 번째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한국의 피겨 스타 김연아와 배우 하지원, 고소영. 다음은 서울 피카부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 사람의 소감이다.

김연아 “영감은 ‘뱀파이어와의 키스’ 의상에서” 디자인 영감은 어디서 받았나. “선수 생활 하는 동안 했던 수많은 프로그램 중 나한테도 인상적이었고, 또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던 ‘뱀파이어와의 키스’ 의상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연아 피카부 백’의 매력이라면. “‘뱀파이어와의 키스’ 의상에 사용했던 비즈를 똑같이 표현하기 위해 가방 내부를 크리스털로 꾸몄다. 화려한 안감과는 반대로 겉면은 깔끔하고 순수한 이미지의 핑크색으로 디자인했다.”


수익금은 어디에 사용하나. “현재 유니세프 국제 친선대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어려운 처지의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보호 사업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유니세프 한국 위원회를 통해 기부될 것이다.”

하지원 “긍정적인 에너지 공유하고 싶다”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디자인이다. “‘더 브랜드 뉴 헤비스(The Brand New Heavies)’라는 밴드의 ‘당신은 나의 우주(You are the Universe)’라는 곡에서 영감을 얻었다. 많은 사람들과 이들의 노랫말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를 공유하고 싶다.”


‘하지원 가방’만의 독특한 점은. “밝은 핑크색 뱀가죽으로 겉면을 싸고, 내부에는 블랙&화이트 스트라이프 무늬를 넣어 복고적이면서도 열정적인 느낌을 살렸다. 겉면에는 반짝이는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크리스털로 노래 제목을 새겼다.”


수익금은 어디에 사용하나. “지금 활동 하고 있는 오퍼레이션 스마일에 기부할 예정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웃음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소영 “ ‘청마’의 해에 때어난 딸에게 물려주겠다” 디자인이 생각했던 대로 표현되었나. “의도했던 대로 아주 예쁘게 만들어져서 기쁘다.”


영감은 어디서 얻었나. “피카부가 워낙 유명한 가방이라 내가 디자인에 참여한다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클래식한 가방이라는 전제를 두고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가방’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우리 딸이 ‘청마’의 해에 태어났는데, 청마는 외국에서 유니콘을 상징한다고 하길래 주제로 정했다.”


?청마?띠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가방 디자인이 궁금하다. “일단 ‘청마’가 상상 속의 동물이기 때문에 신비롭고 한편으론 도도하고 차가운 이미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컬러는 흰색과 푸른색의 그라데이션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작은 인조보석 장식도 달았다. 내가 소장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딸한테도 물려줄 수 있어서 더욱 기쁘다(피카부 프로젝트를 통해 각각 3개의 가방이 제작된다. 1개는 개인이 소장하고, 1개는 경매를 통해 판매하고, 나머지 1개는 펜디가 보관한다).”


‘고소영 피카부 백’을 소장할 수 있는 방법은. “10월 3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운영되는 K 옥션 온라인 사이트(www.k-auction.com)에서 입찰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수익금은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싱글맘과 새로운 부모를 기다리고 있는 입양 대기 아동들을 위해서 쓰여질 예정이다. 많은 참여 바란다.” ●


*‘피카부 프로젝트’온라인 경매가 끝나면 펜디가 보관하는 김연아, 하지원, 고소영 백은?11월 5일~15일까지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분더숍에서 일반인 관람을?위해 전시된다. 관람료는 무료다.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 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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