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방향 잃은 방통위의 ‘방송평가 규칙’ 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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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 프로그램 심의 위반과 관련한 방송평가 감점을 지금보다 최대 두 배 늘리기로 해 논란에 휩싸였다. 방통위가 23일 공개한 ‘방송평가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공정성·객관성·선거방송·재난보도 관련 방송심의 조항을 위반했을 경우 감점이 두 배로 강화된다. 또 언론중재위원회의 정정보도 결정이나 법원의 정정보도 판결 등에 대해서도 감점 부분을 신설했다. 방송평가는 3년마다 이뤄지는 방송사 재허가(승인) 심사에서 40%의 배점을 차지할 만큼 방송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방통위는 개정 이유를 ‘방송의 공적 책임 강화’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콘텐트에 적극 투자하는 방송사업자에 대해서는 가점을 주기로 했다. 상벌을 통해 방송시장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종합편성채널의 ‘주시청 시간대 균형적 편성’에 대한 평가를 신설해 콘텐트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사업자에 가점을 주기로 했다. 그동안은 편성의 경우 자체 외주제작 비율만 평가해 콘텐트의 질적 수준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방송의 공정성 강화, ‘막말· 편파방송 ·오보 퇴출’이라는 기본 취지야 문제 될 것 없다. 하지만 이번 규칙 개정안은 전반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많다. 우선 언론통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공정성을 둘러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기준 잣대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처벌 규정만 강화했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의 심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회의 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벌점을 올려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문제”라는 윤성옥 경기대 교수의 지적이 일리가 있다.

 더군다나 내년의 총선, 2017년의 대선을 앞둔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점이다. 야당은 벌써부터 “공정성 강화 명분으로 정책비판을 잠재우려는 언론 길들이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치 쟁점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많은 언론학자는 현 벌점으로도 공정성을 구현하는 것은 충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통위는 원래 취지를 살리면서 오해는 피하는 쪽으로 개정안 자체를 전반적으로 다시 손질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