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특검 중단' 기류 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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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 앞에 두 갈래 길이 있다.

대북 송금 특검수사를 끝내느냐, 아니면 연장하느냐다. 연장은 사실상 김대중(金大中)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의 허용을 의미할 수도 있다.

고민할 시간은 많지 않다. 25일이 특검 시한이지만 연장이 안되면 특검은 이때까지 기소를 포함해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결론을 빨리 내려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말에 숙고를 해 답을 주든지, 이르면 송두환 특검에게서 보고를 받은 뒤 배석한 문희상 비서실장, 문재인 민정수석 등과 협의해 바로 그날 결정할 수도 있다.

20일 현재까지 청와대의 기류는 연장 불가 쪽이 우세하다. 文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이광재 국정상황실장 등 주요 참모가 모두 반대다. 현실 때문이다.

柳수석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처음엔 거부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민주당의 압박이 강하고 여야가 재협상도 안하고 해서, 나하고 문희상 실장은 좌우지간 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내부 분위기도 66% 정도가 반대쪽"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있다. 주로 청와대 내 법률가 출신들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문재인 민정수석이라고 한다. 딱히 수사를 계속 하자는 건 아니다. 특검이 하자는데 특검의 입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명분 때문이다.

그 같은 명분론에 대해 연장 불가론자인 柳수석은 이렇게 반론한다.

"옳은 대로만 하자면 당연히 해줘야 한다. 수사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안해주면 안되는 것 아니냐. 그러나 여론이 합리적이지 않다. 그래서 결정이 어렵다."

박지원씨의 1백50억원 수사는 검찰에 맡기자는 문희상 실장의 주장은 그래서 나왔다. 연장론의 주된 이유가 특검 막바지에 터진 박지원씨 1백50억원 사건이다.

야당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검법을 또 만들겠다는 소리까지 한다. 그러니 그것은 검찰이 계속해서 수사를 하고 대북 송금은 여기서 그치자는 것이다. 역시 정치 현실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또 다른 절충안도 나온다. 기한은 연장하되 DJ 수사는 배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청와대가 수사상황에 구체적으로 개입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더욱이 청와대가 특검에 수사 연장의 조건을 제시한다는 게 모양새가 안좋다. 그래서 그럴 바엔 한번 매 맞고 말자는 얘기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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