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당한 CIA 국장 망신살 … 고교생 “난이도 1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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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개인 e메일이 해킹당했다. 10대 고등학생에 의해서다. CIA가 진위를 함구하자 위키리크스가 나섰다. 위키리크스는 21일(현지시간) 브레넌 국장의 e메일을 입수해 2007년~2008년 e메일 6통을 1차로 공개했다. 그의 여권 번호와 전화번호, 집주소, 가족사항 등 개인정보를 포함해 비밀정보 허가 문제 등 민감한 내용이었다.

전화번호·주소, CIA 수사기법 등
민감한 내용 담긴 개인 e메일 털려

 정보·보안 수장의 e메일 해킹은 쉬웠다. 해킹을 한 고교생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난이도로 치면 10점 중 1점”이라고 답했다. 이 학생은 해킹 내용 중에 “이라크나 시리아에 대한 계획, 그리고 수많은 개인정보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해커 집단의 실력이 “중간 정도”라며 “팔레스타인을 자유롭게 하고자 해킹을 했다”고 주장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내용에는 CIA의 소송 내용과 수사기법, 향후 CIA의 구조 개혁 등도 포함되어 있다. 정책자문과 관련된 2007년 메일에는 이란 핵문제와 관련한 언급도 있다. 브레넌 국장은 e메일에서 “2009년 1월 누가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1600(백악관)의 주인이 되든 이란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란의 각종 테러 지원행위와 핵개발 야심, 지역패권 목표 등이 복잡하기 때문에 미국과 이란 간의 대화는 초점을 좁게 둬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그는 다른 e메일에서 이란 특사를 촉구하며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앨 고어 전 부통령 등을 추천했다.

 위키리크스는 “브레넌 국장은 일부 첩보 관련 프로젝트에 간혹 이 e메일 계정을 사용했다”며 “며칠 내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관련 폭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가 입수한 e메일에는 40여 개의 문서가 포함되어 있다.

 CIA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CIA는 “브레넌의 개인 e메일 자산이 악의적인 의도로 웹상에서 배포되고 있다. 브레넌 가족 계정에 대한 해킹은 범죄”라고 공식입장을 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해킹된 내용에 기밀정보는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해킹을 감행한 고교생은 브레넌 국장 외에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DHS) 장관의 e메일도 해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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