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여왕 “일국양제 아래 홍콩 반환” … 시진핑 “영원히 강한 나라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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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부터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시진핑 주석(오른쪽)이 21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함께 다우닝가 10번지에 있는 총리관저에서 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런던 AP=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영(訪英) 사흘째인 21일 ‘의전’ 대신 ‘업무’가 시작됐다. 양국의 ‘황금시대’가 진정 황금일 수 있다는 걸 드러내려는 듯, 대규모 투자 합의 발표가 있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시 주석은 이날 다우닝가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또 4박5일 방영 기간 체결될 에너지·금융·헬스케어·항공기제조·부동산 등에서의 150개 경협 합의서 발표의 첫 보따리를 풀었다. 영국 언론들은 “모두 300억 파운드(52조원) 이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원전 프로젝트다. 프랑스 에너지업체 EDF가 주사업자로 승인된 영국 내 힌클리 포인트 원전에 중국광둥원전그룹(CGN) 등이 33%에 해당하는 60억 파운드(10조5300억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영국은 대신 비자를 완화했다. 1월부터 2년 관광 비자를 324파운드(약 57만원)가 아닌 85파운드(약 15만원)에 발급하는 방안을 시험 운용키로 했다. 양국이 기대하는 경제적 효과들이다. 그러나 시 주석을 앞에 두고 중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가시 있는 발언’을 하는 인사들이 있었다.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의회 연설에서 시 주석을 소개하며 미얀마의 아웅산수지 여사가 연설한 곳이란 말을 했다. 수지여사를 ‘민주주의의 대변인’ ‘인권의 상징’ 등으로 표현하며 “단순히 세계에서 강한 국가만이 아니라 세계에 도덕적 영감을 주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국빈 만찬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의 일국양제(一國兩制)란 비전 아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수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해 홍콩 민주화 운동을 중국 정부가 탄압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할 법한 얘기였다. 달라이 라마와 가까운 찰스 왕세자는 국빈만찬에 불참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런 견해에 반박했다. “우린 우리 조건에 맞는 길을 찾으며 가고 있다. 물론 늘 개선 여지는 있다”며 “인권 문제와 관련 다른 나라들과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에게 던져진 질문인 “당신이 (중국산 철강 덤핑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있는 영국의) 철강 노동자라면 (시 주석의) 황금마차를 어떤 기분으로 보겠는가”에도 그는 답변을 자청했다. 그리곤 “7억t의 생산량을 줄여야 했다. 우리도 해당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찾아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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