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40년 만에 다시 달 따러 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인류가 달에 상주한다.” 공상과학소설에 등장하는 설정이지만 이번 세기엔 실현될 미래일 수 있다.

5년 뒤 자원 탐사로봇 보낼 계획

 러시아연방우주청(로스코스모스)이 5년 뒤 달의 자원을 탐사하는 ‘루나27’ 계획을 세웠다고 BBC 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류가 달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물과 산소, 연료로 쓸 자원이 있는지 탐사 로봇 ‘루나 27’을 보내 조사할 예정이다. 달 정착촌까지 가는 일련의 계획 중 하나다. 로스코스모스의 이고르 미트로파노프 교수는 “21세기에는 인류 문명의 영구적 전초 기지가 달에 생기는데 러시아가 빠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BBC는 “1969년 아폴로11호의 달 착륙으로 꽃을 피웠으나 1970년대에 폐기됐던 달 탐사 계획이 부활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과거 냉전시대와 달리 유럽우주국(ESA)과 국제 공조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SA의 과학기술센터(ESTEC) 베렌제 오두 교수는 “우리도 달에 유럽 우주인을 보낼 의지가 있다. 공조를 위한 광범위한 국제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유럽연합(EU) 장관회의에서 추인될 예정이다.

 이들이 착륙 지점으로 여기는 곳은 달 남극의 아이트켄 분지다. 43억 년 전 지름 수백 m의 소행성이 스친 곳이다. 2500㎞의 너비에 장소에 따라선 13㎞의 깊이로 패였다. 1년 내내 햇볕이 들지 않아 평균 온도가 영하 220도다. 물리학에서 모든 입자에너지가 0이 되는 절대온도 0도(영하 273.15도)보다 50여도 높을 뿐이다. 물은 물론 헬륨3 등 다량의 물질이 동결 보관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헬륨3은 지구상 존재하는 헬륨의 방사성 동위원소로 석유를 대체할 핵융합 에너지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ESA 수석연구원 제임스 카펜터는 “얼어붙은 많은 물, 로켓 연료나 우주인의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원료로 쓸 화학물질을 표면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달은 미·소 냉전 경쟁의 대상이었다. 그러다 막대한 돈이 들자 시들해졌다. 최근 달 열풍이 다시 부는 건 자원 때문이다. 미국·러시아·EU는 물론 중국·인도도 탐사 로봇을 보냈거나 보낼 예정이다. BBC는 “중국인 우주 과학자 중 한 명이 달에서 헬륨 3을 추출하는 광산을 열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