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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정부보다 시민의 힘 필요한 일”

중앙선데이

입력

박종근 기자

통일교 창시자 고(故) 문선명 총재의 3남 문현진(46) 글로벌피스재단(GPF) 세계의장은 2009년 비영리 국제 민간기구인 GPF를 설립해 세계평화운동에 뛰어들었다. 현 통일교권과는 관계가 없다. GPF재단은 미국 워싱턴 본부와 세계 22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개발도상국 자립 지원 등 종교를 초월한 평화운동을 펼친다는 것이 재단 측의 설명이다.


GPF는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한반도 통일경제포럼을 주최했다.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설자, 정종욱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 등 학계와 시민단체, 종교계 등 1200여 명이 참석했다. 문 의장은 “통일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경제가 건강해야 한다”며 금융제도 개혁을 핀포인트(pinpoint)로 제시했다. 1100여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새 시대 통일의 노래 캠페인도 후견했다.


-이번 행사의 의미는 무엇인가.“처음으로 한국에서 국내외 대중적 기반의 풀뿌리 통일운동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제 아버지가 1991년도에 북한과 교류의 문을 연 후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 교류가 늘었지만 합의된 방향을 이루지 못해 결과적으로 북한 정권을 연장시키고 핵 개발을 지원해준 꼴이 됐다. 정부건 민간단체건 합의된 전략과 분명한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통일을 위해서는 비전을 갖고 사회 각층의 진보·보수·종교계가 참여해서 통일운동이 시작돼야 한다. 그 비전으로 ‘코리안드림’이 제시돼 냉전의 프레임이 아닌 정체성에 기초해 새로운 통일의 틀을 공유한다는 데 있다.”


-『코리안드림』은 지난해 출판된 통일의 비전을 담은 그의 저서 제목이기도 하다. 코리안드림이란 구체적으로 뭘 뜻하나.“‘홍익인간’의 정신을 기반으로 한 정체성이며 우리 민족의 운명이다. 한국 사람들은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이념을 어려서부터 듣고 자라서 당연하게 느끼지만 해외에서 서양 교육을 받은 입장에서 이는 자긍심의 원천이다. 대개 사람들은 인권과 자유의 개념이 근대 서양의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대로부터 전 인류를 위한다는 이상을 갖고 탄생한 유일한 국가다.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를 평화롭게 하고 이롭게 하는 게 소명이다.”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통일에 무관심하다. 이들에게 통일의 당위성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일부 기성세대가 통일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는 생각을 심어줬다. 저희 세대에서 잘못한 것이다. 사실에 기초한 진실을 알려야 한다. 통일이 나와 상관없다고 한다면 누가 그것을 하겠는가. 나와 상관 있고 어렵고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이루어질 가능성을 두고 세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중요한 일로서 느끼도록 해야 한다. 골드먼삭스도 한국이 통일이 되면 세계 8위의 경제대국이 된다고 했다.”


-경제적인 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한국의 경제가 통일을 위해 뭘 준비해야 할까.“한국 경제에서 가장 부정적인 면은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뭔가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개혁이 핵심이다. 금융계의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자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자본이 창출된다. 한국 경제가 건강해야 사회 변화가 가능하고 통일을 주도할 수 있다.”


-시민사회 운동을 강조했지만, 결국 정부의 경제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시민운동만으로 통일운동이 힘들다는 뜻 아닌가.“그동안의 시민운동과 제가 말하는 풀뿌리 대중운동은 차이가 있다. 좌우 이념을 떠나 종교·기업 등 다양한 한국 사회 모든 분야가 참여하는 운동을 의미한다. 모든 사회 분야 지도자도 참여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정치권도 따라서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통일에 주인 인식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운동을 시작하면서 정치인과 기업인을 만났더니 ‘통일은 정부가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그런 생각에 도전했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면 국가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결국 시민들의 힘이다. 통일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의 문제다. 칭기즈칸이 말했다. 한 사람의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함께 꿀 때 그것은 현실이 된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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