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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많은 성과 거뒀지만 아쉬움도 남는 한미정상회담

중앙일보

입력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6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에 대한 별도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북한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을 양국이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핵 해결 분명한 메시지 전달
중국경사론 불식에도 성공
북한 유인책 빠진 건 아쉬워

 성명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면서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문도 열어놓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우선 성명은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합의했다”고 밝힘으로써  '전략적 인내'에 머물러온 미국의 대북정책이 적극적으로 변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핵에 손을 놓은 듯한 인상을 보여온 탓에 북한의 오판과 중국의 대북 공조 이탈 우려가 커져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성명에서 양국 정상이 북핵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북핵 협상 프로세스가 탄력을 받을 단초가 마련됐다.

 성명은 또 박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도발엔  단호히 대처하되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한다는 원칙을 양국 정상이 재확인한 것이다. 북핵문제는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은 뒤에서 돕는다는 원칙에 양국이 다시금 동의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보다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펴나갈 기반을 미국이 보장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국 정상이 북한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해 중국과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성명에서 밝힌 점도 주목된다.  한미는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는 동의해왔지만 한미중 3국간 공조를 놓고는 다소 이견을 보여왔다. 일본의 소외를 우려한 미국이 소극적 자세를 견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두 정상이 한미중 공조에 합의함으로써 3국간에 보다 긴밀한 북핵 공조가 가능해졌다.  한국의 중국 접근이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함으로써 미국에도 이익이 된다는 서울의 입장을 워싱턴이 인정했다는 의미가 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한미중 공조 확인에 이어 한미일과 한중일 등 소규모 다자협력이 강화될 계기가 마련된 것도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가 채택한  '양국관계 현황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는 한미일 3국간 협력을 확대한다고 천명하는 한편 한국 주도로  한중일 정상회의가 재개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와 함께 일본의 우경화와 과거사·영토 문제로 동북아 정세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한미가 이같은 지역내 소다자 협력 확대에 공조키로 한 것은 한반도와 지역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있는 조치다.

  박 대통령이 미 국방부(펜타곤)를 방문해 혈맹관계를 각인시킨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은 외국 정상에 대한 최대 예우인 25분간 의장행사에 이어 31명의 미군 장병과 한명 한명씩 인사하고 영어로 '우리는 함께 갑니다( We go together)'라고 외쳤다. 또“한·미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이며 한국은 미국의 영원한 친구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이를 통해 박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 참석으로 워싱턴 조야에 야기된  ‘중국 경사론’을 상당 부분 불식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방미 외교가 실제로 손에 잡히는 성과를 거뒀느냐는 점에선 미흡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공동성명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유지한다”고 강조했지만 북한을 대화로 유도할 인센티브는 제시하지 않았다. 나아가 북한을 비핵화와 개혁개방으로 이끌 구체적 로드맵도 보여주지 못했다.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을 위한 4개 핵심기술 이전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요청한 것은 우리는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을 준수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며 만약 중국이 그런 면에서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유념해야한다. 남중국해 갈등이나 인권 문제 등을 놓고 미중간에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경우 미국의 입장을 지지해달라고 간접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정부는 언제 어떻게 격변할지 모를 미중관계를 주도면밀하게 관찰하며 전략적 식견속에서 우리의 적절한 대응방안을 모색해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