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오픈] 2천개 연 날리며 개막 선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미국 가수 팻 험프리스(Pat Humphries.43)가 서울을 찾았다. 19일 개막된 세계문화오픈(WCO)에서 이번 축제의 주제곡인 '우리는 하나(We Are One)'를 부르기 위해서다.

정의와 평화.인권 등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행사나 집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기타를 메고 어디든지 기꺼이 찾아 나서는 그녀에게 이번 한국 방문은 더욱 특별하다. '우리는 하나'는, 한국을 와 본 적이 없던 그녀가 2000년 6월 15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듣고 만든 노래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한국에 대해 잘 몰랐죠.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는 머나먼 곳에 사는 이방인에 불과했지만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남북 분단이 가슴 아픈 일인 만큼 두 정상의 만남은 대단한 의미로 다가왔거든요." 험프리스는 "남북 분단에 대해 미국 정부가 책임이 있는 만큼 미국 시민인 내가 한국에서 이 노래를 부르게 돼 더욱 기쁘다"고 덧붙였다.

험프리스는 오하이오주 출신의 포크 가수. 아홉살 때 아버지에게서 기타를 선물받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그녀는 1984년 첫 음반을 냈고, 92년에 발표한 '손들(Hands)'이라는 앨범을 통해 각종 집회에서 사랑받는 '노래하는 평화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그녀의 '계속 앞으로 나가요(Keep on Moving Forward)'라는 곡은 95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네번째 유엔 세계여성총회 개막식에서 불려 유명해졌다.

또 지난해 1만명이 넘는 관중이 집결한 '9.11 테러' 1주년 추모 행사에서 그녀는 '평화, 살람, 샬롬(Peace, Salaam, Shalom)'이라는 곡을 열창하기도 했다. 이 곡은 2001년 9.11 테러 사건이 터진 후 밤잠을 이루지 못하던 그녀가 이틀 만에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며 눈물로 써내려간 노래다.

그녀는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변화시키려면 무엇보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돌아가면 미국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험프리스는 2001년부터 샌디 오패토(Sandy Opatow.37)와 함께 노래하고 있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