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스크린 쿼터 유지 시장원리에 맡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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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영화인에게 스크린 쿼터는 절대 선이다. 대중은 그들의 주장에 쉽게 현혹된다. 대중의 우상인 스타가 돈이나 인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문화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삭발을 하는 데 동조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문화와 영화의 보호를 동일시하는 주장이 과연 진실일까. 스크린 쿼터가 보호하는 것은 한국 영화의 문화적 측면이 아니라 상업적 측면이다. 즉, 한국의 영화제작자가 돈을 버는 영화일 뿐 한국 문화와는 직접 관계가 없다.

한국 영화산업이 스크린 쿼터를 통해 성장했다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영화 발전은 소재의 개방과 역량있는 영화인의 노력이 결합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양한 기회를 가지고자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스크린 쿼터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제한할 뿐이다.

우리 사회가 스크린 쿼터의 속성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문화 수호라는 허구적인 명분에 발목을 잡혀 한.미투자협정(BIT) 체결의 지연과 같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이 제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 주는 여러 중요한 산업을 제쳐놓고 유독 영화산업만 보호할 이유는 없다. 영화산업이 중요하면 할수록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스크린 쿼터를 축소해야 한다. 이는 우리 경제 전체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다.

노재봉(대외경제정책硏/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