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銀 파업] 勞·政 심야협상 진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파업 이틀째를 맞아 노.정(勞政) 이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조흥은행을 신한금융지주회사에 매각하기로 확정한 직후인 오후 11시30분부터다.

협상에는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정부 측 수장으로 참여했고, 정부 측 매각 협상 창구인 이인원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동석했다. 신한금융지주에서는 최영휘 사장이 참석했다.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은 당초 공자위 매각 승인 전에 노.정 협상을 제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가 우선 매각 승인을 강행한 뒤 심야 협상을 제의하자 이를 받아들일지를 놓고 긴급 회의를 한 뒤 조흥은행 매각을 원점부터 논의한다는 전제로 협상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표 부총리는 "조흥은행 직원에 대해 사실상 고용을 보장하되 구체적인 경영계획은 신한지주가 노조 측과 협의해 확정하기로 했다"며 "나는 협상을 중재하러 왔을 뿐 신한과 조흥은 노조 간에 대화가 시작되면 자리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반대를 외치며 강경 입장을 보였던 조흥은 노조가 대화 테이블에 나섬에 따라 당초 대타협의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조흥은 노조가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인 '즉각 매각 중단'을 고집하면서 양측은 좀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새벽까지 협상이 이어졌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대표적인 헐값 매각이며,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며 "이를 철회할 때까지 강력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틀간의 물밑 협상에서 고용 승계는 물론 합병 후 은행 이름을 조흥으로 하고, 조흥은행 출신을 합병 은행장으로 선임하는 방안 등 가능한 모든 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요구 역시 매각 중단 요구처럼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셈법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매각을 승인한 마당에 대등 합병이란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다만 "신한지주의 자회사로 조흥은행의 간판을 달거나 고용 승계, 임금 인상, 최고경영자(CEO) 선임 문제에 대해서는 노조와 협의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정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