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새긴 시간의 숨결 고무영 목공예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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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예가 고무영씨가 나이 마흔여섯에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오는 24일까지 서울 관훈동 관훈갤러리에서 여는 작품전 제목은 '우리들의 이야기'다.

나와 너는 다른데, "우리는 일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간주한다"며 그 불협화음이 작가는 안타깝다고 했다. 고씨가 만드는 공예품은 그 다른 소리들이 모여 조율해 내는 화음을 그린다. 그는 그 화음을 '우리들의 이야기'라 했다.

고씨는 지난해 26년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이타미 국제 크래프트 공모전'에서 한국 작가로는 처음 대상을 받아 오랜 무명의 그늘에서 나왔다.

집안 사정으로 대학에 가지 못한 그는 정수직업훈련원을 거쳐 홍익대 미대 목조형가구학과에서 실습기사로 일하며 홀로 작품을 빚어왔다.

20여년 그를 지켜본 최승천 홍대 미대 명예교수는 "치밀하게 계획된 깊은 조형의식과 내재된 완성도의 촉감이 훈훈한 삶의 질을 회복하게 하는 간절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평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고씨의 작품은 주로 소나무, 그 가운데서도 홍송을 재료로 한 생활 가구들이다. '이타미 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합창'은 시간이 나무에 새긴 숨결이라 할 '결'이 아름다운 술상이다.

특히 작가 자신이 '꽃'이라 부르는 이음새 부분의 처리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입술처럼 보이기도 한다. 찻상.화장대.등.장식대 등 정담을 속삭이는 기물 20여점이 나왔다. 02-733-6469.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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