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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일성은 모래로 쌀 만들고, 김정일은 하늘의 옥동자?…北 교과서, 왜곡 넘어 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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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일성 주석이 항일 무장 투쟁 시절 모래로 쌀을 만들고 솔방울로 총알을 만들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린 시절 세계 지도에서 일본을 까맣게 칠했더니 일본의 하늘이 암흑천지가 되면서 폭우가 쏟아졌다?

모두 북한 교과서에 실제로 나오는 황당무계한 내용들이다.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거센 가운데, 북한 교과서는 왜곡을 넘어 날조에 가깝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서옥식 초빙연구위원이 11월 출간 예정인 ‘북한 교과서 대해부-역사와 정치사상교육을 중심으로’라는 저서는 북한의 역사 왜곡 사례를 상세히 분석했다.

북한의 교과서 왜곡의 목적은 분명하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세습 구도를 신격화하려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은 일제시대 항일 빨치산 운동을 했다는 배경을 들어 권력의 정통성을 주장해왔다. 그 과정에서 우상화를 위해 없는 사실은 만들어내고 있는 사실은 왜곡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있다.

김일성 주석이 항일 투쟁 시절 축지법을 썼으며 가랑잎을 타고 큰 강을 건넜다는 얘기처럼 소설에 가까운 것도 있으며, 김정일 위원장이 “하늘이 낸 옥동자”로 “백두밀영에서 출생했다”고 하는 사실 왜곡도 있다. 백두밀영이라는 곳은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투쟁 조직인 조선인민혁명군 총사령부가 있었던 곳으로, 북한이 신성시하는 곳이다. 그러나 만주군 문서 및 옛 소비에트연방 정부 기록 등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이 주장하듯 1942년 2월16일에 백두밀영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1941년 2월16일 연해주 우수리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 사이에 있는 하마탄이란 마을에서 태어났다. 하마탄을 실제로 답사한 한 역사학자는 익명을 전제로 본지에 "하마탄에서 김정일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며 "김정일 위원장은 이곳에서 러시아 이름인 '유라'로 불리며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말했다.

신격화를 위한 교과서 왜곡은 김정을 위원장에게까지 이어졌다. 현재 북한의 고급중학교(남측 고교 과정에 해당) 재학생들이 배우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 혁명활동 교수 참고서’에는 “3살 때 총을 쏘았다”거나, “3살 때부터 운전을 시작해 8살도 되기 전엔 굽이와 경사지가 많은 비포장도로를 몰고 질주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3세의 신체적 발달 정도를 고려해봐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내용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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