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커버스토리] 오세훈 의원 진실 문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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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탐지기에 앉기 전, 오세훈 의원은 당당하고 차분했다. 변호사인 그는 "사법연수원생 시절 이미 거짓말 탐지기에 앉아 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전날 아내에게서 "당신은 거짓말한 적 없으니 걱정말고 인터뷰 하라"는 말까지 들었단다.

그러나 막상 측정 장치를 몸에 달자 호흡과 맥박이 빨라지는 게 금세 확인된다. 긴장한 것이다.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했다.

-오세훈은 스타입니까?

"스타였죠."(그래프가 많이 튄다. 지켜보던 경찰 조사관이 '웃으면 호흡 변화가 커 그래프가 튈 수 있다'고 설명.)

-사생활이 깨끗한가요.

"거의 수도승입니다."

-룸살롱 자주 갑니까.

"가자면 갑니다."(그래프가 잠잠하다.)

-술 마시고 실수한 적은 없습니까.

"예."(옆에서 지켜보던 조사관이 분명히 진실일 거라고 귀띔해준다.)

-정치하는 데 한 달에 얼마나 들지요?

"한 5백만~6백만원쯤. 대부분 지구당 관리비입니다. 월세 2백만원에 직원들 월급.밥값 등이죠. 그나마 경조사에 찾아가지 않기 때문에 덜 쓰는 편이죠."

-정치를 하기 전보다 생활이 나아졌습니까.

"생활의 질은 확실히 떨어졌습니다. 솔직히 변호사 수임료에 방송 수입, CF 출연료만 해도 어딥니까. 후원회 모금액이 의원들 중 2백40~2백50등쯤 됩디다. 그것도 정치력이라는데, 아직은 주변 분들에게 폐 끼치기가 부담스럽습니다."

-그래도 정치는 매력적인 일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한 적 없습니다.(그래프는 잠잠하다.) 자식에겐 절대 안시킵니다.(흥분한 목소리와 함께 이 대목에서 그래프가 많이 튀었다.)"

-다음 선거에 나올 생각이겠지요.

"정치인에게 그런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하."

-우리나라 정치인의 점수를 매긴다면.

"한 50점 정도…."

-본인의 점수는?

"굳이 겸손하고 싶진 않습니다. 85점이오."

-동료 국회의원 중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습니까.

"의원이 된 뒤 정치인에 대한 인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저도 TV토론 사회자할 때는 정치인을 우습게 봤죠.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각자 특기와 장점을 갖고 있더군요. '저 양반 괜찮은 사람인데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집단화된 정치인의 이미지 때문에 바보스러워 보이는 것 같아요."

-국민들이 때로는 정치인을 조롱하기도 합니다.

"그건 보스 정치, 계파 정치의 영향이 큽니다. 보스의 정책이 내 정책, 심한 경우 보스의 인격이 내 인격이 됩니다. 정체성도 없고 자기 목소리도 못내는 정치인이 존경받기 쉽겠습니까.(흥분한 탓인지 그래프가 튀기 시작한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차기 집권'이라는 논리 앞에서는 약해지지요."

-최근 당내 쇄신연대에서 '기득권을 포기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기득권이죠?

"지구당 위원장의 전횡을 막기 위해 현역의원이 되면 위원장직을 내놓자는 겁니다."

-진짜 포기할 건가요.

"예."(그래프 변화가 없는 걸 보니 진지한 듯.)

-쇄신 연대가 실은 당권.대권을 노린거죠?

"정치인은 다 그런 생각 갖고 있죠."

-존경하는 정치 선배가 있습니까.

"일단 당 대표 경선 후보들을 제외하고 말하자면 이회창씨입니다. 정직한 성품을 존경하지요."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최측근이라 불렸는데.

"아하하. 그 정도에는 못듭니다. 그냥 수행 비서죠."(그래프가 튀었다.)

-한국에서 거짓말 안하고 정치할 수 있습니까.

"힘들 것 같아요.(그래프가 평온하다.) 솔직히 정치인들 거짓말 많이 하죠. 거짓말 하도록 강요하는 분위기 탓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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