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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북대 수석 졸업? 조희팔 최측근 강태용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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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조희팔이 측근들과 다단계 사업체를 막 차리고 찍은 기념사진. 조희팔(앞줄 한가운데) 왼쪽에 강태용씨가 앉아 있다. [사진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경북대 수석졸업한 인텔리, 조희팔의 브레인.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서 체포돼 국내 소환을 앞둔 4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54)씨 이름 뒤에 붙는 별명들이다. 별명 속에 숨은 진짜 그는 누구일까.

12일 검찰과 다단계 피해자들에 따르면 강씨는 조희팔 다단계 사업체의 자금 총괄이었다.

사업 초기부터 늘 조씨 옆에 함께 있었고 사업 규모를 늘릴 때마다 조희팔에게 조언을 했다.

달변가로 의료기계 임대 사업 투자자를 모집할 때는 교육 강사로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국립대를 수석 졸업했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다. 한 다단계 피해자는 "100만원이 넘는 양복에 에쿠스 같은 좋은 차를 타고 국립대 학벌로 포장까지 하니 다들 인텔리나 회사 브레인쯤으로 알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희팔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의 모임인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측은“이후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강씨의 경북대 수석 졸업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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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팔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강씨는 조희팔이 다단계 사기 행각을 벌이기 전에 자판기 장사와 과일상을 할 때부터 형·동생하며 알고 지낸 사이였다고 한다. 그러다 조씨가 말을 잘하고 눈치가 빠른 그를 사업에 동참시켰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다단계 사업체 부사장으로 월급만 수천만원씩을 받으며 생활한 강씨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허드렛을 하며 생활비를 겨우 마련할 정도였다.

강씨의 친동생 역시 다단계 사기에 동참해 현재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조희팔 밑에 있으면서 한 사업체의 법인 이사를 맡았다. 그러다 중국으로 도주했다가 2012년 중국 현지에서 체포된 뒤 국내로 송환돼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강씨의 국내 마지막 모습은 2008년 초 포착됐다. 그는 이때 비자를 받아 갑자기 중국으로 출국했다. 이를 두고 피해자들은 "2004년부터 1000억원 이상의 해외 도피자금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뒤 중국으로 건너가 조희팔을 기다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희팔의 사망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경찰의 사망 발표가 있었지만 증거라고는 유족이 제시한 동영상이 전부다.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한 것도 이런 부분을 의심해서다. 조희팔이 살아있다는 피해자들의 잇단 탄원도 검찰을 움직이게 만든 배경이다.

검찰은 이번 주말을 전후해 강씨를 소환해 본격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조희팔의 실제 생사 여부와 해외도피 자금 규모뿐 아니라 정계 로비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강씨는 지난 10일 장쑤성 우시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현지 공안에 체포됐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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