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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만난 류윈산 “광범위한 합의” 북·중 해빙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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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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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원안)이 11일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이날 류 상무위원은 방북 대표단과 대사관 직원 등 200여 명과 평안남도 안주시에 있는 인민지원군 열사능원도 방문, 헌화했다고 중국중앙TV가 보도했다. [신화=뉴시스]

북한과 중국 관계가 해빙될 조짐이다. 중국의 권력 서열 5위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 참석이 그 계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계 복원 물꼬 튼 ‘기념식 외교’
양국간 고위급 대화 확대에 공감
시진핑, 김정은 초청 뜻 전한 듯
북·중 정상회담 열릴 가능성도
황금평·나선특구 경협 기대

 신화통신은 지난 10일 류 상무위원이 전날 김정은 제1위원장과 만나 “양국의 전통적 우의를 계승·추진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광범위한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광범위한 합의’가 가진 함의는 크다. 우선 2년 넘게 냉각된 양국 관계가 복원될 가능성이 크다. 류 상무위원은 김 제1위원장과의 회담에서 2000년 이후 중국의 북·중 관계의 기본 원칙인 ‘전통계승·미래지향·선린우호·협조강화’ 등 16자 방침을 언급하면서 “양국 간 고위급 대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제1위원장도 “고위급 교류 확대가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두 지도자가 고위급 교류를 강조한 것은 시 주석이 류 상무위원을 통해 김 제1위원장을 적당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하도록 구두 혹은 친서를 통해 초청한 게 확실하다. 곧 양국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북·중 관계는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그해 말 김 제1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 등으로 냉각된 상태다.

 류 상무위원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평화·안정, 비핵화, 대화와 협상’이라는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 3원칙을 강조하면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언급이나 요구를 하지 않았다. 김 제1위원장도 핵과 관련된 언급을 피했다. 대신 “북한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인민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평화롭고 안정적인 외부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로 북핵 문제로 상대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김 제1위원장은 한반도 안정을 원하는 류 상무위원의 발언에 대해 “북한은 한반도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관련국들이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류 상무위원은 이날 최용해 북한 노동당 비서를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은 북남 관계 개선과 화해 협력, 그리고 최종적인 자주·평화 통일 실현을 굳건하게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남북 평화통일을 지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남북 긴장 조성 행위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 당 비서는 “한반도 상황은 동북아는 물론 세계 평화 안정과 관련돼 있으며 남북이 서로 진정성을 갖고 대한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구체적 발표가 없었으나 류 상무위원의 방북으로 북·중 경제 교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중국 언론은 분석했다. 특히 중국과 국경을 맞댄 황금평과 나선 경제특구에 대한 중국의 본격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장팅옌(張庭延) 한중우호협회 부회장은 “류 상무위원의 방북으로 양국은 상호 이해를 넓히고 현안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를 이뤄냈다. 이는 경색된 관계 회복은 물론 한반도 평화와 6자회담 재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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