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관계 단절 땐 북한문제 해결 기회도 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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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안화 교수는 “수출이 중요한 한국 입장에서도 ‘일대일로’를 따라 상품을 서쪽으로 수출하는게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충형 기자]

“북핵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중국과 인도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인도는 과거 영토분쟁으로 전쟁까지 했지만 지금 경제관계는 더할 수 없이 좋다. 하지만 영토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스위안화 중국 푸단대 교수
한국, 북핵문제는 일단 놔두고
경협 통해 개방 유도가 바람직
중국·인도, 영토분쟁에도 경협 증진

 중국 푸단(復旦)대 스위안화(石源華) 교수의 말이다. 그는 “(한국이) 북핵에 대해선 감시·감독하는 정도로만 놔두고 경제협력을 진행하면서 북을 개방으로 유도해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실현 가능한 현실적 방안”이라며 북핵 문제와 경제 교류·협력을 분리해 접근하는 ‘투 트랙 정책’을 제안했다. 20년간 한국문제연구소장을 지낸 지한파인 스위안화 교수는 현재 국가 싱크탱크인 ‘중국과 주변국가관계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다. 포럼 오래(회장 함승희)와 중국 정당건설·국가발전연구센터가 지난 9일 상하이 푸단대에서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한 그를 만나 ‘일대일로(一帶一路)’구상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들어봤다.

 -‘일대일로’는 중국 내 지역 불균형 발전을 해소하기 위한 경제 정책인가, 미국의 아시아로의 세력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 전략인가.

 “국내적으론 개혁개방 정책을 심화시키는 정책이다. 불균형 성장을 해온 중국 동부와 서부·중부·동북 3성의 격차를 줄이려는 것이다. 대외적으론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에 대응하는 정책이란 걸 부인하지 않겠다. 그러나 과거 소련처럼 미국에 강대강으로 맞서다 해체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평화적인 방법으로 추진한다는 게 다르다.”

 -이 구상에 남북한과 일본은 빠져있다.

  “중국의 지식인 중 내가 최초로 그 문제를 제기했고 얼마 전 대외연락부에도 소견문을 냈다. 해상 실크로드와 육상 실크로드가 만나 교집합을 이루는 종착점이 한반도와 일본인데 이 부분이 빠진 건 ‘완성되지 못한 계획’이다. 북한을 개방하는 것과 일본을 미국의 꼭두각시에서 아시아로 돌아오게 하는 길을 막으면 안 된다. 한국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실현하고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일대일로 정책에 협력해야 한다.”

 -현실적인 장애는 북핵이다. 한국의 거점국가 역할만 강조할 게 아니라 중국이 북핵 해결에 주도적 노력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북한과 미국이 수교해 평화협정을 맺어야 모든 문제가 풀린다. 그 과정에서 한국 지도자들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면 중국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구체적 해법은.

 “중국과 한국·북한·미국·러시아·일본이 일대일로 문제와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 북핵 문제를 동시에 테이블에 놓고 빅딜이 가능하게 해보자는 게 내 주장이다. 중국은 미국과 북한이 수교해 정상적 국가로 만나는 것을 간절히 원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의 대북 정책이 바뀌었다고 확신하나.

 “(노동당 창건일 행사차 북한에 간) 상무위원(류윈산)이 북한에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얘기한 걸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3차 핵실험 후 유엔 제재에 동참했고 북한과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취소·중단됐다. 전승절 열병식 때 북한 대표를 냉대한 것도 사소하게 보이지만 중국 정부로선 매우 힘든 결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을 아주 엄하게 다뤄 북중관계가 완전히 단절된다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찬스를 잃어버리는 거다. 중국은 또 다른 미국이 돼버린다.”

글=이정민 기자 jmlee@joongang.co.kr
사진=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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