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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로 투자 바구니 구성 … 하락장서도 수익 낼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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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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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정환 삼성자산운용 ETF 본부장,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본부장, 홍융기 KB자산운용 멀티솔루션 본부장.

“상장지수펀드(ETF)만 잘 활용해도 변화무쌍한 시장 상황에 대응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투자 수단으로서 ETF의 가능성이 확인된 셈이다.”

ETF 톱3 본부장의 투자 전략
193개 ETF 연 평균 38%씩 성장
코스피 5% 넘게 떨어지는 동안
자동차·경기방어 ETF는 선전
투자 정보 제공 서비스 늘려야

 3분기 펀드 평가 결과를 본 국내 ETF 시장 톱3 운용사의 담당 본부장들의 얘기다. 이정환 삼성자산운용 ETF본부장,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본부장, 홍융기 KB자산운용 멀티솔루션본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3분기 코스피가 5% 넘게 하락한 와중에도 자동차 같은 특정 업종 ETF와 경기방어 스타일의 전략형 ETF는 선전했다”며 “시장 상황에 맞게 ETF를 골라 투자하면 시장이 하락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ETF는 특정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펀드를 상장 종목처럼 팔고 살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시장 자체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는 흔히 증권시장의 ‘최고 발명품’으로 불린다. 이를 싸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게 만들었으니 선진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이를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국내에 상장된 ETF는 현재 193개. 2002년 5개였던 ETF 개수는 올해까지 매년 연 평균 38%씩 성장했다. 그만큼 종류도 다양해졌다. 시장 방향성에 투자할 수 있는 코스피200 ETF·이를 2배수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반대로 추종하는 인버스 ETF가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다. 여기에 각종 업종에 투자하는 업종 ETF, 대형주·배당주·경기방어주·우량주 같은 투자 스타일과 전략을 반영한 스마트베타 ETF까지 나왔다. 스마트베타 ETF가 등장하면서 일반 주식형 펀드(액티브 펀드)와도 경쟁하게 됐다. 윤주영 본부장은 “과거엔 중소형주·가치주 같은 특정한 전략을 구사하는 투자를 하고 싶으면 액티브 펀드 외에 다른 수단이 없었지만 이젠 수수료까지 낮은 대안(ETF)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정환 본부장은 “액티브 펀드는 사람이 운용하다 보니 실수할 여지가 있지만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목표한 시장 수익률을 그대로 얻을 수 있어 더 경쟁력 있다”고 설명했다.

 액티브 펀드의 전략을 구현한 ETF까지 나오자 ETF만을 활용해 투자 바구니를 구성하는 게 가능해졌다. 장이 좋을 땐 코스피200·레버리지 ETF 뿐 아니라 대형주 ETF를 같은 걸 함께 담고, 시장이 부진하면 인버스 ETF와 가치주 ETF 등을 같이 편입하는 식이다. 이 본부장은 “종목이 아니라 ETF로 투자 바구니를 구성하면 개별 종목 변동성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대신 IT업종 ETF를 사는 게 삼성전자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단 얘기다.

 물론 이런 전략을 쓰려면 그만큼 시장을 정확하게 읽고, 적절한 ETF를 고를 능력이 뒷받침 되야 한다. 직장 일에, 각종 가사에 치이는 일반 투자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때문에 세 본부장 모두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나 전문가 그룹 등 자산관리 서비스가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콘텐츠(ETF)에 걸맞는 인프라(투자자문·자산관리 서비스)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는 얘기다. 홍융기 본부장은 “웹 페이지나 트레이딩 시스템 등을 통해 ETF 투자 정보와 전략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도 저금리·고령화 시대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ETF를 활성화하고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대책을 최근 내놓기 시작했다. 세 본부장 역시 ETF의 미래에 대해 모두 낙관적이었다. 시장이 선진화될수록 ETF 시장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거다. 이 본부장은 “선진국일수록 시장 정보가 투명하고 시차 없이 공개돼 제 가치에 비해 과대 평가 받거나 낮은 평가를 받는 종목이 줄어든다”며 “이럴 경우 액티브 펀드 매니저가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주식 수익률이 10~20%였던 땐 펀드 수수료로 1~1.5%를 내는 게 부담 없었지만 7~8% 수준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며 “0.1% 안팎의 수수료만 떼는 ETF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ETF 시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8월 말 현재 전체 펀드 시장 내 ETF 비중은 4.7%에 불과하다. 12.8%인 미국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쏠림 현상도 문제다. 국내 ETF 시장의 49.5%를 차지하는 삼성의 경우, 코스피200 ETF(38.8%)와 레버리지 ETF(23.6%), 인버스 ETF(3.6%) 등 세가지 ETF 비중이 삼성 전체 ETF의 66.3%에 달한다. 홍 본부장은 “지수가 2000선까지 올라가면 인버스 ETF를, 1800선까지 떨어지면 코스피200 ETF나 레버리지를 ETF를 사는 식의 단기 매매가 보편화돼서 생긴 현상”이라며 “최근 업종 ETF가 주목받는 것 역시 ETF가 단기 매매의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외, 주식·채권, 성장주·가치주 같은 다양한 자산을 편입하는 장기적인 자산 배분 수단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수료도 더 낮아질 여지가 있다. 삼성 코덱스200 수수료는 0.26%다. 후발주자인 미래에셋 타이거200(0.09%)과 KB K스타200(0.07%)이 수수료를 낮추며 시장 점유율을 늘리자 “수수료 인하는 이제 막 뿌리를 내리고 있는 ETF 시장을 고사시키는 행위”라던 삼성도 입장을 바꿨다. 이 본부장은 “코덱스200의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하고 시기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타이거200(1조6871억원)과 K스타200(7610억원)의 순자산은 코덱스200(3조9175억원)의 60%까지 커졌다.

 4분기엔 어떤 ETF에 투자하면 좋을까. 세 본부장은 미국 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는 만큼 시장이 크게 상승하긴 어렵다고 봤다. 시장이 부진할 때 적합한 ETF를 사야 한단 뜻이다. 이 본부장은 배당주 ETF를 추천했다. 배당 수익률이 높아 주가가 하락할 때 유리하기 때문이다. 윤 본부장은 시장이 부진할 때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하는 전략형 ETF를 권했다. 우량가치 ETF, 로우볼(저변동성) ETF가 대표적이다. 홍 본부장은 “국내 시장이 부진하다면 성과를 낼 수 있는 해외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해외 ETF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주어지는 만큼 해외 ETF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정선언·이승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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