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사 접대비 필요하다" 여자친구 속여 수천만원 뜯어낸 가짜 경찰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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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에 휘말린 여자친구의 가족으로부터 “검사를 접대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수천만원을 뜯어낸 경비업체 직원에 대해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경비업체 직원 A씨(37)는 2010년 12월 부산 사상구 자신의 집에서 신분증 1장을 위조했다. 신분증 크기의 플라스틱 위에 ‘부산지방경찰청, 경호계’ 등의 가짜 신분을 적고 자신의 사진을 붙인 후 코팅까지 했다. 그러곤 여자친구 B씨에게 가짜 신분증을 보여주며 경찰인 것처럼 속였다. 경찰청장 명의로 발급된 가짜 경력증명서도 만들었다. 청와대 등에서 근무한 것처럼 경력사항을 채워넣었다.

다음해 1월 여자친구의 가족들이 민·형사 소송에 휘말리자 A씨가 나섰다. 경찰관을 사칭한 그는 “형사사건은 상대방을 기소하도록 해주고, 민사는 승소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부산지검 강력계 검사를 접대할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A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B씨의 가족들은 5차례에 걸쳐 480만원을 A씨에게 건넸다.

A씨의 사기 행각은 계속됐다. “수사를 계속하려면 탐문수사비가 필요하다”며 수십만원씩 수시로 받는 등 2011년 1월부터 2013년 7월까지 27차례에 걸쳐 4700만원을 뜯어냈다. 결국 A씨는 공문서 위조,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부산지법 형사5부(권영문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남녀 간의 애정과 가정의 신뢰를 이용한 범죄”라며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피해를 변제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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