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세종대왕보다 안철수가 많아” … “국정화하면 가을 내내 이걸로 싸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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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속도전’ 대 ‘전면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새누리, 내일 당정회의 ‘속도전’
문재인은 일정 취소 전면전 준비

 새누리당은 휴일(한글날)인 9일에도 바쁘게 움직였다. 전날부터 당내 ‘역사 교과서 개선 특별위원회’를 가동하고 11일 당정회의를 하기로 했다. 당정회의에는 일요일이지만 황우여 교육부총리와 김정훈 당 정책위의장, 김을동 특위 위원장, 신성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등이 참석한다. 여기에서 2017년부터 적용되는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결정되면 12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특위 간사인 강은희 의원은 “통합교과서 추진은 2년 전부터 준비해온 것으로 결코 졸속 추진이 아니다 ” 라고 했다. 박민식 의원은 이날 “교과서에 세종대왕보다 안철수 의원의 이름이 더 많이 등장한다”며 “노벨과학상 후보로 황우석 전 교수와 안 의원을 꼽았는데 둘 다 받을 확률이 제로 아니냐”고 했다.

 새누리당의 속도전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장외투쟁, 예산안 연계, 입법투쟁, 해임건의안 제출 등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당 대표 비서실에 “10일까지는 모든 일정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측근은 “11일 ‘청년 경제’ 관련 회견에서 직접 ‘투쟁 노선’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예결위 간사이자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안민석 의원은 “정부가 (국정화를) 발표하면 가을 내내 이것만으로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며 예산안에 연계할 뜻을 밝혔다. 대변인실은 동시다발적으로 “황 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부터 낸다”(김성수 대변인), “교과서 고시를 자의적으로 바꿀 수 없도록 입법화하겠다”(박수현 원내대변인)며 화력을 보탰다. 문제는 교육부 장관의 권한인 교과서 고시 변경을 실제로 막을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해임건의안은 여당이 무시하면 그만이고 무턱대고 장외로 나갔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일단 학계·교육감·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반대 여론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졸속 논란=교육부는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할 경우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 초안으로 미리 수업을 해보는 ‘연구학교’ 적용 과정을 거치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 연구회나 관련 학회의 검토는 받겠지만 학교에서 시험 적용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수업을 해 보면서 교과서 내용이 적합한지를 점검하는 과정을 생략하겠다는 것이어서 졸속 제작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성시윤·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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