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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주는 상? 안 받아" 우간다 대통령 '국제 김일성 상' 수상 거부

중앙일보

입력

 
우간다 대통령이 북한이 수여하는 ‘국제 김일성 상’ 수상을 거부하면서 북한의 체면이 깎였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는 7일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북한이 수여하는 최고위급 상인 국제 김일성 상을 받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튀니지 일간지 알마그레브는 명경철 주우간다 북한 대사가 “국제 김일성 상은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부담 갖지 말고 받아라”는 입장을 우간다 정부에 전하고 있으나 무세베니 대통령이 계속해서 수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무세베니 대통령을 “독자적인 국가 개발 전략으로 국가의 평화와 번영을 이뤘다”면서 지난해 10월 그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우간다 정부는 한 달 후인 지난해 11월 북한 당국에 수상 거부 의사를 통보했다. 그러나 북한도 시상 의사를 꺾지 않으면서 선정 1년이 지나도록 시상식이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수상 거부 이유를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이 상을 수락할 경우 북한과의 밀접한 외교관계를 인증하는 셈이 되고, 이는 국제사회로부터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상은 북한이 김일성 주석을 국제적 지도자로 선전하기 위해 그의 81세 생일을 기해 제정했다. 샘 누조마 나미비아 대통령이 2008년, 노로돔 시아누크 캄보디아 국왕이 2012년에 이 상을 받았다.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1986년 쿠데타로 집권했으며 이후 96년과 2001년, 2006년에 이어 2011년 대선에서 개헌 등 과정을 거쳐 대통령으로 연속 당선됐다. 철권통치 스타일을 두고 ‘아프리카의 비스마르크’라고도 불리지만 서구 언론은 그를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난 독재자”(영국 가디언)라거나 “사반세기를 집권해온 독재자”(CBS)라고 비난해왔다. 최근 그는 동성애를 금지하는 법을 지지하며 “우간다를 동성애로부터 자유로운 곳으로 만들겠다”고 발언해 서방 언론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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