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2의 5·4운동'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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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일 양국 관계가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우선 중국 내 반일 분위기가 뜨겁다. 시위가 전국으로 급속하게 번졌다. '제2의 5.4 운동'이 일어날 조짐까지 보인다.

5.4 운동은 1919년 5월 4일부터 2개월간 중국 전역에서 일어난 반일 민족 운동이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중국 정부가 조장하고 있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제2의 5.4 운동 일어나나=주말 시위가 중국 전역을 휩쓸자 대학을 중심으로 "다음달 4일 '5.4 운동 기념일'을 기해 전국적으로 봉기하자"는 격문이 돌기 시작했다. 5.4 운동의 시발지였던 베이징(北京)대에서도 "일본은 반성을 모른다. 제2의 5.4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 점차 호응을 얻고 있다.

'제2의 5.4 운동'은 상하이(上海)에서 일어날 공산이 크다. 상하이 시민들의 반일 감정이 가장 극렬하기 때문이다. 10만 명이 넘는 시위대가 지난 16일 심야까지 극렬하게 시위를 벌이자 공포에 질린 일본인들은 속속 상하이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당연한 일을 했다"는 반응이다.

◆ 대일 압박용 카드=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16일 "중.일 관계가 기로에 섰으며 일본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외교 담당 국무위원 탕자쉬안(唐家璇)의 발언을 전했다.

지난 14일 일본 나가노(長野)에서 열린 중.일 우호교류협회 회의에서도 중국 측 대표들이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이 양국 관계를 해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고 중국 국영 CC-TV가 16일 전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반일 시위로 일본인들이 본 피해에 대해선 일절 사과하지 않았다.

◆ 전국으로 번진 시위=지난 9일과 10일 베이징과 광저우(廣州), 선전에서 시작된 반일 시위는 16일 상하이로 번진 데 이어 17일에는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광둥(廣東)성 선전.주하이(珠海), 푸젠(福建)성 샤먼(廈門), 산시(西)성 시안(西安), 광시좡족(廣西壯族) 자치구 난닝(南寧),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庄), 산둥(山東)성 지난(濟南), 홍콩 등 전국으로 확산됐다.

특히 상하이 시위로 일본인 2명이 다치고 일본 총영사관과 일본계 식당 유리창이 파손됐다. 중국에서 시위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3주째 계속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 일본, 강력 반발=아사히(朝日)신문은 17일자 사설을 통해 "일본 정부가 미리 중국 당국에 안전을 요청했는데도 일본 공관과 일본계 식당이 피해를 본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요미우리(讀賣)도 "외국 공관의 경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국제법에 따른 의무"라고 지적했다. 외무성은 폭력 사태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중국은 대립을 선동하지 말고 장래를 내다보면서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7일 새벽에는 오사카(大阪)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향해 30대 남성이 유리병을 던진 뒤 분신을 시도했다. 15일 밤에는 도쿄 내 주일 중국대사 관저의 우편함.문패.인터폰 등이 파손됐다.

베이징.도쿄=유광종.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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