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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 “나는 옛날부터 나였어.”

중앙일보

입력

 
“나는 옛날부터 나였어.”
그림책 『이게 정말 나일까?』(요시타케 신스케 글ㆍ그림, 김소연 옮김, 주니어김영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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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그림책 『이게 정말 사과일까?』의 저자 요시타케 신스케의 신작이다. 숙제와 심부름 등이 귀찮은 초등 1학년생 아이가 자기를 대신할 로봇을 하나 산다. 로봇은 꼼꼼했다. 자기가 가짜 역할을 하려면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며 집요하게 묻는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멋지고 재미있는 인기짱”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엄마에게는 “고집세고 말 안 듣는 큰아들”, 동생에게는 “장난감 안 빌려주는 형”, 같은 반 친구에게는 “시끄럽고 말대꾸 많이 하는 남자애”다. 로봇으로서는 난감할 이 상황에 대한 아이의 답변은 이렇다. “나는 여기에도, 저기에도 있어야 해. 있는 곳에 따라 맡은 역할이 다르니까 그때그때 알맞은 모습으로 행동해야 해.”

어른이 되어도 모르겠다. 나는 누구인지. 있는 곳에 따라 역할이 다르니 스스로를 몇 가지로 쪼개 적재적소에 두는 것이 큰 일이라는 점도 여전하다. 그래서일까, 그림책 속 아래 부분은 안도감을 준다.

“나는 옛날부터 나였어. 처음에는 갓난아기였지. 조금씩 크면서 웃기도, 울기도 하다가 여러 추억들을 간직한 지금의 내가 여기 있는 거야. 어렸을 때 좋아하던 것은 지금도 좋아하니까 내 안에는 아기 때부터의 내가 모두 들어 있을 거야.”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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