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총선 개입설 불쾌 … 안종범·신동철·안봉근 불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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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대변인(左), 박종준 경호실 차장(右)

박근혜 대통령이 결백 선언을 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당·청 갈등 국면에서 대구·경북 지역 등에 측근들을 전략공천 하기 위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는 여의도발 소문에 쐐기를 박는 초강수를 뒀다. 민경욱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의 사의 표명을 공개 발표한 게 그것이다. 이 사실을 발표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두 사람 외에 추가적으로 (총선 출마를 위해) 거취를 표명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런 것(청와대 참모들의 출마설)에 매듭을 짓겠다”는 표현도 썼다. 자연스럽게 그동안 출마설이 거론돼온 안종범 경제수석, 신동철 정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의 출마는 없던 일이 돼버렸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총선룰과 관련해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며 “이제 정치권도 대통령을 끌어들여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총선 룰에 개입 않겠다는 선언
박 대통령, 이병기 실장에게 지시해
출마 거론 인사들에게 답변 들어
민경욱 인천, 박종준 세종시 거론

 청와대의 ‘총선 출마자 조기 정리 작업’은 지난 주말 시작됐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로 인한 총선 룰 논란이 일면서 ‘청와대가 공천을 챙겨줄 인사가 한둘이 아니다’는 얘기가 나돌자 박 대통령이 매우 언짢아했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유엔 순방을 마치고 귀국(지난달 30일)하자마자 청와대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브리핑을 한 것은 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마치 청와대 인사들을 총선에 출마시키는 등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자 박 대통령의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당에서 오해를 하니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들에게) 의사를 확인해 정리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이 실장이 주말 사이 해당 인사들에게 일일이 확인해 답을 얻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전략공천을 할 의사도 없고 총선 공천에 개입할 뜻도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천 룰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노동·금융 등 개혁과제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런 뒤 박 대통령은 청와대 고위관계자를 기자실로 보내 민 대변인과 박 차장의 사표 소식을 알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총선이나 어떤 선거에도 중립이라는 입장”이라며 “대통령은 ‘ 경제 살리기와 청년 일자리 창출 등에 매진하기 위해선 더 이상의 소모적인 추측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당선 전에도 공천지분을 놓고 다툼을 벌인 적이 없다”며 “최근 공천 갈등은 대통령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날 사표를 낸 민 대변인은 고향인 인천 연수구 또는 중-동-옹진군 출마가, 충남 공주 출신인 박 차장의 경우 세종시 또는 공주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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