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서청원 설전, '우선추천' 수용'에도 이어지는 대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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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전략공천은 수용 못하지만 당헌에 규정된 우선추천지역제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 이튿날인 5일 당 최고위원회의는 설전(舌戰)으로 시작됐다.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김 대표가 방송 카메라 앞에서 언성을 높였다.

^서 최고위원= “당헌ㆍ당규에 다 있는 것(우선추천지역제)을 시혜하듯이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 당은 대표가 주인이 아니다. 당 꼴이 이게 뭐냐. 나도 이제 용서하지 않겠다”
^김 대표= “최고위원회의 때 공개(회의) 발언과 비공개(회의) 발언을 구분해 달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이게 지켜지지 않아 아쉽다.”

^서= “김 대표도 언론플레이를 너무 자주 한다.”
^김= “그만 합시다.”
^서= “자기는 할 얘기 다 해놓고 우리더러 못하게 한다. 도리에 맞지 않다.”
^김= “국민 보는 앞에서…. 그만 합시다”

회의는 서둘러 비공개로 전환됐다. 비공개회의에서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 간 충돌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 고위 당직자는 “어제(4일)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이 ‘우리도 전략공천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것이나 오늘 서 최고위원이 김 대표를 공격한 걸 보면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청 갈등 국면에서 마치 청와대가 전략공천을 원하는 것처럼 비쳐진 데 대한 대통령의 불쾌감을 서 최고위원과 윤 의원이 대신 표출했하는 얘기다.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의 설전은 공천 룰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은 ‘우선추천지역’에 대해 설명하며 “전략공천 제도는 당에서 폐지했고, 우선추천은 아주 특수한 경우에만 한다. (새누리당 지지기반이 강한) 강남3구와 TK(대구-경북)는 경쟁력 있는 분들이 나오니 해당 안된다”고 말했다. 친박계와 청와대 측이 TK 지역 물갈이를 원한다는 주장을 감안한 선긋기였다.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우선추천지역제의 대상과 관련해 “대구ㆍ경북(TK) 지역 등 예외를 둬선 안된다”(홍문종 의원)고 주장했다. 우선추천지역제와 관련, 김 대표 측은 “전략공천과는 명백히 다르며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나 친박계는 "‘현저히 경쟁력이 낮은 경우’를 솎아내기 위해선 참신한 인물을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바람에 이날 회의에선 공천 룰을 다루는 특별기구의 위원장 문제도 매듭짓지 못했다.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회의 때 김 대표가 지지하는 황진하 사무총장에 대해 일부 최고위원들이 반대해서다. 친박계의 추천을 받은 김태호 최고위원은 위원장직을 사양했다.

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현행 당규엔 국민·당원 여론을 50%씩 반영토록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대표의 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행대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국민여론 비율이 높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최근 가까운 의원들과의 모임에서 “100% 국민여론 반영이 어렵겠지만 지난해 재보선 때부터 최소 70%, 많게는 80%까지 국민여론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국민과 당원 여론 비율을 7 대 3 정도로 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내부 논의과정에선 국민·당원의 여론 반영 비율과 우선추천지역 선정 기준이 앞으로 최대 난제가 될 수밖에 없음을 이날의 전초전이 보여준 셈이다.

새누리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김 대표가 우선추천제로 ‘치고 빠지기’를 하고, 청와대가 총선 중립을 선언했지만 이걸 '종전'이라고 하긴 어렵다”며 “이 싸움은 내년 총선까지 청와대를 대변한 친박계와 김 대표 간 ‘대리전’ 양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와중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당 대변인을 통해 "대통령은 당적을 정리하고, 공천제도와 선거제도 논의에서 손을 떼라"며 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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