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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떠난 별들의 샷 축제, 세계의 눈 인천에 꽂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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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호 23면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의 대륙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가 8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개막한다. 이 대회는 출전 선수나 경기 방식 등 여러 면에서 미국과 유럽의 대항전인 라이더컵과 비슷하다. 1994년 창설된 프레지던츠컵은 1927년 시작된 라이더컵에 비해 역사가 짧다. 규모나 출전 선수 면에서도 뒤쳐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프레지던츠컵은 라이더컵의 모방’이라고 보는 이가 적지 않았다.


초창기 프레지던츠컵은 그런 말을 들을 만 했다. 미국과 유럽프로골프협회, TV, 공식 후원업체 등이 달려드는 ‘골프의 수퍼볼’ 라이더컵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을 전후해 이런 분위기가 달라졌다. 승리 지상주의에 치우친 라이더컵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프레지던츠컵은 반사 이익을 봤다. 양팀 대표로 선발된 각 12명의 선수들이 자긍심과 팬 서비스를 위해 경쟁하면서 규모가 점점 커졌다.


프레지던츠컵은 승부 앞에 극도로 예민해진 라이더컵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2000년 대회에서 비제이 싱(52·피지)의 캐디인 폴 푸스코(미국)는 모자 뒤에 ‘타이거가 누구지(Tiger Who?)’라는 글귀가 새긴 모자를 쓰고 나와 화제가 됐다. 2003년 대회에서는 캐니 페리(55·미국)와 맞붙은 닉 프라이스가 17번홀에서 6m 퍼팅에 실패하자 퍼터를 번쩍 들어 무릎으로 꺾어버린 뒤 바로 페리를 향해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미국의 언론은 이를 두고 ‘프레지던츠컵 스타일’이라고 불렀다.


2003년 남아공 대회는 프레지던츠컵을 라이더컵에 버금가는 인기 이벤트로 끌어올린 역대 최고 대회였다. 당시 타이거 우즈(40·미국)는 대회 참가를 망설였다. 그러나 양팀 단장인 잭 니클라우스(75·미국), 개리 플레이어(70·남아공)와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끈질긴 요청에 대회에 출전했다.


우즈와 어니 엘스(46·남아공)의 퍼팅 대결이 불꽃을 튀었던 연장전 매치는 극적인 명승부였다. 니클라우스와 플레이어는 싱글 매치 플레이까지 17대 17로 승부를 내지 못하자 우즈와 엘스를 연장전 주자로 내세워 세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그래도 승부가 나지 않자 양팀 단장은 무승부로 하기로 하고 불빛 아래서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라이더컵 단장을 두 차례 맡았던 니클라우스는 “2003년 프레지던츠컵이 내 생애 가장 재미 있고 감동적인 대회였다”고 말했다.


프레지던츠컵은 필 미켈슨(45·미국)을 빼고 말할 수 없다. 미켈슨은 원년 대회였던 1994년부터 개근해 최다 승점인 25.5점(20승11무16패)을 올렸다. 미켈슨은 포섬(두 선수가 볼을 번갈아 치는 방식) 경기 최다 승점(11.5점·10승3무6패)을 기록 중이다. 포볼(두 선수가 각자 볼을 친 뒤 좋은 스코어 채택)에서도 최다 승점(10.5점·8승5무5패)을 따냈다. 미켈슨은 올해 선발 랭킹이 30위로 추락하면서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하지만 단장 제이 하스의 신임을 받아 추천 선수로 대회에 나간다. 11대회 연속 출전이다. 프레지던츠컵에 두 번째로 출전하는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22·미국)는 “미켈슨이 단장 추천 선수로 합류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전율을 느꼈다. 그는 풍부한 경험으로 우리 팀을 이끌어줄 것”이라고 했다.


우즈도 프레지던츠컵에서는 24승1무15패(승점 24.5점)를 기록하며 이름 값을 해냈다. 라이더컵에 7차례 출전해 초라한 성적(13승3무17패)을 거둔 것에 비하면 훨씬 좋은 성적이다. 프레지던츠컵에선 싱글 매치 최다 승리(6승)를 기록했고, 포섬 매치 최다 승점을 거둬 미켈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09년 대회에서는 승점 5점을 따내 단일 대회 최다 승점 타이 기록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부상과 샷 난조로 부름을 받지 못했다.


프레지던츠컵에서는 그동안 미국이 8승1무1패로 절대적 우세를 보였다.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세계랭킹 2위 제이슨 데이(28)를 비롯해 아담 스콧(35·이상 호주), 대니 리(25·뉴질랜드), 배상문(29·캘러웨이) 등으로 구성된 인터내셔널이 약진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세계 1위 조던 스피스(22)를 비롯 버바 왓슨(37), 필 미켈슨 등 호화 군단이 나서지만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 수가 34개에서 30개로 줄어든 것이 선수층이 상대적으로 얇은 인터내셔널팀에겐 호재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이나 호주, 남아공이 아닌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대회가 개최되는 점도 분위기 반전의 요소로 꼽힌다. 94년 프레지던츠컵을 창설한 PGA 투어 팀 핀쳄(68) 커미셔너는 “라이더컵도 초창기에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앞섰지만 지금은 유럽이 잘한다. 프레지던츠컵의 판도도 어떻게 변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인터내셔널 수석 부단장인 최경주(45·SK텔레콤)는 “인터내셔널이 그동안 불리했던 것은 응원이다. 선수들은 홈에서 경기하면서도 응원을 받지 못했다. 2002년 월드컵처럼 팬들이 큰 응원을 보내준다면 선수들이 힘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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