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공단, 또 뇌물 사건…전시회 용역 선정 대가로 수억원 뇌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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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체육진흥공단이 개최하는 대형 전시회의 용역 업체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업체 관계자로부터 거액을 받은 공단 직원이 구속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개최하는 대형 전시회의 용역 업체 선정 과정에서 업체 선정 대가로 2억175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공단 직원 박모(48)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뇌물을 건넨 용역업체 대표 신모(55)씨 등 9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공단 시장개척팀 과장으로 일하며, 지난 2010년 ‘2010 춘천 월드레저’ 행사 당시 A사를 용역업체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대표 신씨 등으로 부터 1억 550만원을 받았다. 이와 별개로 지난 2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한국무역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2015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스포엑스ㆍSPOEX)’ 행사에서도 용역 업체 선정 대가로 총 1억1200만원을 수수했다.

박씨는 현금은 물론 박씨 본인과 지인의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현금을 받을 때는 종이봉투나 노트북 가방 등에 5만원권과 만원권을 섞어서 전달받는 수법을 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박씨는 이 돈으로 6000만원대 BMW 차량을 구입하는 한편 전세자금 마련ㆍ카드대금 결제ㆍ유흥비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기획대행사 직원이었던 박씨는 지난 2001년 공연ㆍ전시기획 관련 전문가 특채로 공단에 입사해 이후 전시회 등 행사 업무를 전담해왔다. 이 때부터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상당한 권한을 행사했다고 한다. 경찰은 2002년부터 최근까지 A사가 계속해서 행사 주관사로 선정된 정황을 발견했지만 공소시효 문제로 2009년 이전 사건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직원 비리로 지난해부터 3차례나 적발됐다. 지난 5월에는 외주용역업체로부터 3억1000만원 가량의 뇌물을 받아 챙긴 국민체육진흥공단 정보화기획팀 과장 조모(41)씨가 구속됐다. 지난해 11월에도 법인자금 2억9000만원을 횡령해 지인과 체육계 관계자 수백명에게 고가의 명절선물 등을 보낸 정정택(69)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홍보비서실장 김모(53)씨와 상생경영팀장 김모(47)씨가 함께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윗선의 가담이나 묵인 등에 대해서는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박씨의 개인 비리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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