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자·손숙, 연기 내공 겨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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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숙(左), 박정자(右)

한국 연극계의 대모, 박정자(73)와 손숙(71)이 한무대에 오른다. 다음달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키 큰 세 여자’에서다. 두 사람의 동시 출연은 2008년 연극 ‘침향’ 이후 7년 만이다. 1960년대 초반 데뷔한 이들은 90년 ‘베르나다 알바의 집’을 시작으로 ‘신의 아그네스’(92년, 2007년) 등 다섯 작품에 함께 출연했다.

연극 ‘키 큰 세 여자’ 함께 출연
‘죽음이 있기에 소중한 삶’메시지

 국립극단 가을마당 두 번째 연극인 ‘키 큰 세 여자’는 미국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가 91년 쓴 작품이다. 죽음을 앞둔 한 노인의 모습을 통해 ‘인생은 죽음이 있기에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올비는 이 작품으로 94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박정자는 알츠하이머 증세로 기억을 잃어가는 90대 할머니 A를, 손숙은 A의 변덕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50대 간병인 B역을 맡았다. 20대 변호사 사무실 직원 C역은 국립극단 시즌단원 김수연이 연기한다. 공연을 기획한 국립극단 김윤철 예술감독은 15일 기자간담회에 참석, “국립극단이 표방하는 ‘배우 중심’ 연극의 첫 결실”이라며 “박정자·손숙 두 배우를 함께 모실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키 큰 세 여자’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하루 7∼8시간씩 연습에 매달리는 두 배우의 각오도 남다르다. “배우에겐 굉장히 어려운 작품이어서 매일매일 홍역을 앓고 있다. 손숙이라는 겨룰 만한 상대가 있다는 게 굉장한 행운이다”(박정자), “오랜만에 뭔가 하는 것 같아 행복하고 즐겁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역시 형만한 아우가 없구나’ 새삼 느꼈다”(손숙)며 서로를 격려했다. 공연은 10월 3일부터 25일까지다. 02-3279-2278.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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