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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미디어 콘퍼런스] “신문의 영혼 지키되 신문 넘어서라 … 스토리가 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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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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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얼 윌킨슨 사무총장(왼쪽 )은 “신문의 영혼을 보존하면서 신문을 넘어서는 성공을 해야 한다”고 미디어 혁신의 화두를 던졌다. 후안 세뇨르 이노베이션 미디어 컨설팅 그룹 수석부사장은 기자와 디자이너, 개발자가 마주 앉아 기사를 만드는 ‘신 삼위일체’ 모델을 제시했다. 김상선 기자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 세상의 모든 혁신을 취재하지만 스스로의 혁신이라는 난제를 안은 미디어의 상황에 걸맞은 속담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미디어 전담 이발사’라 부를 만하다. 전 세계 80개국 7000개 미디어가 소속된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를 23년째 이끄는 얼 윌킨슨 사무총장, 뉴욕타임스·르몽드·이코노미스트·파이낸셜타임스를 혁신한 이노베이션 미디어 컨설팅 그룹의 후안 세뇨르 수석부사장이다. 고수는 통했다. 혁신 현장을 지휘하고 지켜 온 멘토 2인이 21일 ‘중앙 50년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들려준 조언은 궤가 같았다. 두 사람 강연의 교집합은 독자·모바일·기술·영혼·조직문화였다.

미디어 혁신 멘토 2인의 조언

윌킨슨 INMA 사무총장
신문 부수 하락에 연연하기보다 모바일로 어떻게 옮길지 생각을

세뇨르 이노베이션 그룹 부사장
기자·디자이너·개발자 삼위일체…뉴스의 속도·심층성 모두 잡아야

 ◆독자는 움직인다=‘리치(reach) 모델’에서 ‘개별(each) 모델’로. 윌킨슨 총장은 미디어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 전 세계 유수의 신문·방송·잡지들은 독자를 하나의 ‘덩어리’로 여겼다. “영혼을 담아 진정성 있는 콘텐트를 만들면 누구에게나 먹힌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변했다. 독자들은 각각의 개인이 됐다. 세뇨르 부사장은 말했다. “독자가 어떻게 콘텐트를 소비하는지, 그들이 원하는 시간에 어떻게 그 기사를 제공할지 고민해야 한다.”

 ◆모바일이 답이다=두 사람은 모바일과 영상의 중요성을 입을 모아 강조했다. 세뇨르 부사장은 “동영상이 인터넷의 보편 언어”라며 “비디오를 다루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했다.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77%가 동영상 미디어에서 나오며 동영상이 포함된 콘텐트에 88%의 사람이 더 오래 머문다”는 것이다.

 딜레마는 있다. ‘기존의 신문 지면을 버릴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윌킨슨 총장은 주 중 신문 발행을 중단하고 모바일 플랫폼으로 주 무대를 옮긴 노르웨이 언론사 십스테드의 예를 들었다. “신문 부수 하락에 연연하기보다 십스테드의 특별한 브랜드를 어떻게 모바일·동영상으로 옮길 것인가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기술은 도구다=윌킨슨 총장은 강연 중 사진 한 장을 보여 줬다. 밧줄 양 끝에 불이 붙어 타 들어가고 있는 사진이었다. 윌킨슨 총장은 “한쪽 끝은 전통 미디어 회사, 다른 쪽 끝은 복스·버즈피드 같은 신생 디지털 매체를 가리킨다”며 “불꽃이 가운데서 만나듯 양쪽 미디어는 결국 중간 지점에서 만날 것”이라고 했다. 전통 미디어는 기술과 분석을, 신생 미디어는 우수한 저널리즘을 서로 배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세뇨르 부사장은 ‘신(新)삼위일체’ 모델을 제시했다. 기자와 디자이너, 개발자가 함께 마주 앉아 기사를 만드는 구조다. 그는 “이제 언론사에도 개발자가 최소한 기자 5명당 한 명꼴로는 일해야 한다”며 “뉴스의 속도와 심층, 두 가지 리듬을 동시에 타는 비결”이라고 했다.

 ◆영혼을 지켜라=“신문의 영혼을 보존하면서 신문을 넘어서는 성공을 해야 한다.” 윌킨슨 총장이 마지막으로 던진 화두다. 이는 세뇨르 부사장의 발표에서 구체화됐다. 그는 “새로운 기기에 콘텐트를 끼워 넣는 데 연연하지 말라”며 “기기 혁신이 아니라 콘텐트 혁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호소력 있고 기억에 남을 만한 스토리가 답이다. 우리는 알고리즘이 아닌 저널리즘을 한다.”

 ◆조직문화를 바꿔라=혁신은 자기로부터 시작된다. 윌킨슨 총장은 “신문사의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어떤 디지털 기회가 와도 잡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구체적으로 “직책과 직급 같은 조직문화 혁신, 콘텐트와 독자에 대한 분석을 투명하게 하는 것”을 꼽았다.

 세뇨르 부사장은 공간의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작업방식과 결과물을 바꾸려면 미디어 회사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다양한 직군과 부서가 하나의 개방된 공간 안에서 일하는 뉴스룸 혁신사례를 보여 줬다. “물리적 사무실을 바꾸면 그 안에서 일하는 이들의 사고방식이 바뀐다”는 것이다.

글=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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