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재신임 투표 사실상 철회” … 비주류는 계속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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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가 20일 국회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을 확인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종걸 원내대표(왼쪽)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경빈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전 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 중 하나에서라도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던 제안을 사실상 철회하기로 했다고 한 핵심 측근이 20일 전했다. 이날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에선 문 대표의 재신임을 확인했다. 연석회의에는 참석 대상 160명 중 이종걸 원내대표를 포함해 93명(의원 81명, 원외 당무위원 12명)이 참석했다.

당 연석회의서 재신임 결의
“12월까지 대표 거취 거론 말자”
박병석 만난 문 “무겁게 받아들여”
비주류는 “반쪽짜리 셀프 재신임”

 연석회의 후 박병석 의원은 “문 대표의 재신임을 확인했고 더 이상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분열적 논란을 배제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12월 9일)까지는 문 대표의 거취를 거론하지 않는다”는 데 참석자들이 공감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당의 단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다른 견해를 가진 분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을 당 대표에게 권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진이나 오늘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대표 거취를 둘러싼 소모적 논란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이 시간 이후 당은 정부·여당의 민생파탄 등 실정을 바로잡고 수권정당으로서 역량을 높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과 이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문 대표를 만나 연석회의 결과를 전했다. 문 대표는 “연석회의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조금 더 숙고한 뒤 결론을 내리고 21일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면담에 앞서 박광온 대표 비서실장은 “‘문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분열적 논란을 배제한다’는 내용이 당 대표 흔들기를 그만하겠다는 의미”라며 “문 대표가 수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석회의에선 “문 대표가 내려온다고 대안이 있느냐. 없으면 문 대표에게 시간을 주자”(박수현 의원), “총선에서 살기 위해서라도 단합해야 한다. 전멸하면 당권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전병헌 최고위원)며 재신임 철회를 요청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홍의락 의원 등은 “이렇게 봉합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니 차라리 재신임을 하는 게 맞다”고 했으나 소수 의견이었다.

 하지만 비주류 의원들이 대부분 연석회의에 불참해 당내 갈등이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이날 안철수 의원은 “재신임은 국민과 무관한 싸움”이라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주승용 최고위원과 김한길·박지원·박영선 의원 등 비주류 핵심 인사들도 대부분 불참했다. 혁신안을 처리한 중앙위 회의장에서 퇴장했던 비주류 의원 중에는 노웅래 의원만 참석했다. 노 의원은 회의에서 “재신임 철회를 결의한다고 화합이 된다면 1000번이라도 하겠다. 휴전(休戰)할 게 아니라 종전(終戰)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에 불참한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 문병호 의원은 “재신임 투표는 문 대표가 제안했다가 다수 의원이 반대하니 철회하겠다는 것이라 어떤 결론이 나든 우리가 귀속될 필요가 없다”며 “반쪽짜리 셀프 재신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 대표가 총선 승리의 전망을 보여주면 협조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계속 결단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 주류 측 당직자는 “대표 퇴진요구는 다소 수그러들겠지만 지금 갈등은 공천권이 걸려 있는 것이라 근본적인 봉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성탁·위문희 기자 sunty@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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