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道敏政 -인도민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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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호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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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69세(BC 484)에 이르러 열국 주유(周遊)를 마치고 노(魯)나라로 돌아왔다. 14년 만에 다시 찾은 고국이었다. 당시 노나라는 애공(哀公)이 다스리고 있었다. BC482년 20대의 애공이 70대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다. ‘애공문정(哀公問政)’으로 후대에 알려진 그들의 대화는 『중용(中庸)』과 『공자가어(孔子家語)』에 기록돼 있다. 문장을 편집해 엮어봤다.


애공=정치란게 뭡니까?공자=결국 사람이다(爲政在人). 정치권에 뛰어난 사람이 있으면 정치가 흥하고, 그렇지 않으면 쇠락하고 만다(其人存, 則其政擧, 其人亡, 則其政息).


애공=훌륭한 인재는 어떻게 구할 수 있나요?공자=어짊(仁)이 핵심이다. 통치자 스스로 올바른 몸가짐을 해야 좋은 신하를 얻을 수 있다. 그러니 군주는 도(道)로써 몸을 수양하고, 인(仁)으로서 도를 닦아야 한다(修身以道, 修道以仁).


애공=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합니까?공자=넓게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깊게 질문해라. 신중히 생각하고, 사리를 분명히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 돈독히 실행에 옮겨라(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篤行之). 성실함(誠)이 기본이다.


애공=쉬운 일은 아니겠군요?공자=중도에 포기하지 마라. 남이 한 번에 능하거던 나는 백 번을 하고, 남이 열 번에 능히 해내면 나는 천 번을 해서라도 꼭 이뤄내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人一能之, 己百之, 人十能之, 己千之).


애공=정치가 뭐길래, 꼭 그렇게 해야 하나요?공자=나무가 잘 자랄지의 여부는 땅의 비옥함에 달려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 삶의 도는 정치에 달려 있다(人道敏政, 地道敏樹). 무릇 정치라는 것은 갈대와 같아 여건만 잘 마련해주면(사람을 잘 뽑으면) 무럭무럭 자라나게 될 것이다(夫政也者, 蒲盧也).


공자는 지금 백성들의 삶은 정치에 달려 있고, 그 정치를 잘 꾸리기 위해서는 정치인의 수양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매년 겪는 일지만, 올해도 불량 국감이 여지없이 도마에 올랐다. 공자의 가르침은 25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 우리 정치에 큰 꾸짖음으로 메아리치고 있다.


한우덕 중국연구소장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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