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칼럼] 자녀 미래 바꾸는 다양성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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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곱하기 342는 몇일까? 이 문제를 구글 검색창에 입력하건, 컴퓨터 계산기 앱에 입력하건, 장담컨대 답은 87552다. 만약 다른 답이 나온다면, 계산기나 구글 탓을 할 게 아니라 일요일 아침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손가락의 서투른 움직임을 탓해야 할 것이다. 답이 명백한 문제에 대해서 컴퓨터들은 의심할 바 없는 확실한 답을 준다. 세상 어떤 컴퓨터에 물어봐도 똑같다.

상당히 다양한 답을 내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챗봇(chat-bot)은 심심한 사람들을 위해 대화 상대가 돼주는 앱이다. "뭐 재미 있는 것 없어?" 따위의 질문을 하면 다양한 제안을 해준다. 맨날 같은 반응만 보이는 대화 상대처럼 따분한 것도 없을 것이므로 이런 프로그램은 준비된 여러 가지 답 중에서 하나를 거의 무작위적으로 골라 다양한 반응을 흉내낸다.

이런 것은 문제 자체가 그리 중요하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 다소 엉뚱하거나 전혀 관련 없는 답을 해도 잡담 앱에서는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에 대해선 아무 답이나 마구잡이로 낼 수는 없다.

현실에서 접하는 문제의 대부분은 객관식 문제처럼 명확한 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윤리나 정의, 경제정책 수립 등이 그렇다. 컴퓨터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질병 진단을 봐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측정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해서 의사에게 도움을 주는 도구로서는 유용하지만, 이를 최종 진단 및 치료법의 결정에 쓰기는 힘들다. 같은 알고리즘을 쓰는 수 백만 대의 컴퓨터에 물어본다 한들 같은 대답을 낼 것이고, 최적의 알고리즘만이 살아남는 IT 업계의 특성을 볼 때 대부분의 컴퓨터는 비슷한 알고리즘을 사용할 것이다. 때문에 이 결과가 맞는지 다른 컴퓨터에게 의견을 물어도 허당이다. 결국 중요한 문제엔 사람의 의견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복잡하긴 하지만 명확한 답이 있거나, 전문성이 필요한 문제에 있어서 대중의 의견을 무작정 수렴하면 배가 산으로 가기 일쑤이다. 이 경우 ‘대중 심리’라던가 ‘대중의 무지’와 같은 부정적인 표현이 흔히 사용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요즘 몇몇 연구 결과들을 보면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대중의 답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경우가 있다. 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록 더 바람직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상당히 제한적인 연구 결과이지만 대중의 지혜에 대한 희망을 주기 때문에 주목할 만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에게 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는 것은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대중의 의견이 상당히 틀린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자기보다 앞서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의견을 냈는지 알게 되면 사람들은 원래 자기 생각과는 다른 의견을 내게 되고, 결과적으로 답이 틀린 쪽으로 쏠려 버리곤 한다. 즉 사람들이 타인의 생각을 알 수록 더 잘못된 답을 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정보의 공유가 의견의 다양성을 해치기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람들은 나름의 의견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그 의견은 사회적 굴레나 전문가의 권위, 대중 심리 때문에 왜곡되기 일쑤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으로나 요즘 연구 결과들을 보면, 소위 엘리트들이라 해도 틀린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적으로도 소수가 주도한 역사가 비극적인 결과를 낳은 적이 많지 않나. 이런 이유로라도 대중의 의견은 결코 무시되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왜곡되지 않은 각자의 의견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다. 우리는 이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

교육에서도 아이들이 각자 나름의 의견을 가질 수 있게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성의 추구는 아이들 개인의 정서 발전에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미래의 결정을 내리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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