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남북정상회담 직전 비자금 100억대 조성 의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宋斗煥)특별검사팀이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현대그룹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하고 자금 추적에 착수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16일 "2000년 4~5월 현대 측이 1백억원 가량의 뭉칫돈을 조성한 것으로 보여 금융감독원 등에서 파견된 계좌추적팀을 투입해 추적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이날 밤 서울 명동 일대의 사채업자 등을 소환했으며, 이들을 상대로 현대 측 자금이 사채시장에서 세탁됐는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특검팀은 이날 오전 출두한 박지원(朴智元)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대북 송금에 개입했는지 등을 밤샘 조사했다.

특검팀은 특히 최근 현대그룹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북한에 보낼 돈을 마련하는 문제와 송금 규모 등을 놓고 朴전실장과 현대 고위 인사 1~2명이 만나 몇차례 상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하는 등 朴전실장이 대북 송금을 사실상 주도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朴전실장을 상대로 ▶김대중(金大中)전 대통령에게 송금 문제를 사전 보고했는지▶2000년 5월 이기호(李起浩)전 청와대 경제수석 및 임동원(林東源)전 국정원장과 함께 현대 지원 문제를 논의했는지▶남북 정상회담 예비접촉 때 대북 송금 문제를 거론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이기호 전 수석과 김재수(金在洙)현대그룹 경영기획팀 사장 및 이익치(李益治)전 현대증권 회장 등을 불러 朴전실장과 대질 신문했다.

전진배.이수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