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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당패 장단에 ‘얼쑤~’ 포도 아이스크림 맛에 ‘절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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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당패 놀이에서 어름사니(줄타는 사람)는 여자다. 남사당패의 전설적인 리더인 바우덕이가 여자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박지나씨가 줄을 탄다.

안성 하면 ‘안성맞춤’이 먼저 떠오른다. 안성에 놋그릇을 주문하면, 마음에 쏙 들게 모양을 만들어줬다고 해서 유래한 구절이다. 안성 하면 놋그릇만큼 유명한 게 하나 더 있다. 한 시절을 풍미한 풍물 집단 남사당패다. 남사당패의 근거지로 쓰였던 청룡사가 안성에 있다. 남사당패의 유일한 여자 꼭두쇠였던 바우덕이도 안성 출신이다. 다음 달 7일 안성에서 바우덕이를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 안성은 예부터 먹거리가 풍부한 고장이기도 하다. 지금은 배와 포도가 수확철을 맞았다. 마침 추석이 코앞이다. 전통놀이가 있고 먹거리도 풍성한 안성은 가을 여행지로 정말 ‘안성맞춤’이다.

남사당패의 본거지 청룡사


청룡사는 남사당패의 본거지 같은 절이다.

안성의 첫 여행지를 청룡사로 정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이번 여정에서 가장 남쪽에 있어 나중에 서울 집으로 돌아오는 데 편하다. 무엇보다 청룡사 인근은 남사당패의 근거지였다. 안성 여행의 테마를 이루는 남사당패를 먼저 공부할 수 있다.

조선 후기 남사당패는 봄부터 가을까지 전국을 떠돌며 공연을 펼쳤다. 날씨가 추워지면 순회 공연을 멈추고 안성 불당골로 돌아와 겨울을 났다. 그 불당골이 청룡사 옆에 있다. 남사당패는 수익 일부를 절에 시주하고 절에서 밥 짓고 물 긷는 불목하니 노릇을 하며 살았다. 청룡사를 남사당패의 근거지라고 부르는 이유다. 남사당패와 청룡사 이야기는 황석영 장편소설 『장길산』에도 등장한다.

윤석철 문화관광 해설사는 “남사당패는 천민으로 구성되었는데 시장에서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안성 청룡사에서 보냈다고 하면서 신표(信標)를 보여주면 공연을 허락해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고려 공민왕 때 나옹화상이 중창했다는 청룡사는 자체로도 흥미로운 절집이다. 대웅전 나무기둥부터 독특하게 생겼다. 반듯한 것이 하나도 없다. 배불뚝이처럼 중간이 굵은 것도 있고, 모양이 구불구불한 것도 있다. 기둥 14개가 제각각 다르게 생겼다. 나무 껍질만 벗긴 채 기둥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웅전 용마루를 보면 중간에 청기와 한 장이 올려져 있다. 조선 왕실의 보호를 받은 사찰이라는 표식이다. 인조 셋째아들 인평대군의 원찰(願刹)이 청룡사였다. 청룡사를 나와 불당골로 내려가면 남사당패의 유일한 여자 꼭두쇠 바우덕이를 모신 사당과 묘가 있다.

이용정보=절집이지만 문화재 관람료가 없다. 관광안내소에 해설사가 상주해 있는데, 예약만 하면 청룡사와 남사당패 이야기를 공짜로 들려준다. cheongryongsa.or.kr, 031-672-9103.

신나는 포도 아이스크림 만들기 포도박물관


한 가족이 포도밭에서 거봉 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안성에는 국내 유일의 포도박물관이 있다. 안성 말고도 충북 영동, 경북 영천과 김천도 포도 산지로 유명하지만, 안성에만 포도박물관이 있다. 안성이 국내 최초의 포도 재배지이기 때문이다.

사과·배 등 과일 대부분은 식용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그러나 포도는 천주교 미사에서 사용할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처음 재배했다. 1900년 10월 프랑스 외방선교회 앙뚜안 공베르, 한국명 공안국(1875∼1950) 신부가 국내에 포도를 가져온 주인공이다. 그때 가져온 묘목 종류만 32개 종이라고 한다. 포도가 전래한 이야기와 포도 종류, 와인 등 포도와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담은 곳이 포도박물관이다. 작은 박물관이어서 10분이면 다 둘러볼 수 있다.

이 작은 박물관을 가야 하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포도 아이스크림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한단다. 축구공 크기의 큰 보울 안에 얼음과 소금을 넣고, 국그릇만 한 작은 보울에는 포도즙·우유·설탕을 넣는다. 작은 보울을 큰 보울 안에 넣고 뚜껑을 꽉 닫는다. 이 보울을 아이들이 10분 정도 굴리면서 놀다 보면 10명이 먹을 수 있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진다. 와인 족욕, 따뜻한 와인 차 뱅쇼(Vin Chaud) 만들기 체험도 있다.

포도따기 체험은 박물관 인근의 인처골 마을에서 할 수 있다. 안성 지역은 알이 굵은 거봉 포도를 많이 재배한다. 포도 따기, 포도 잼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이용정보=포도박물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입장료 없음, 월요일 휴관. 뱅쇼 만들기, 포도 경단 만들기 각 8000원, 아이스크림 만들기 큰 보울 한 개 2만원. 031-675-6675. 인처골 포도 따기 체험 6000원부터. 인처골.com, 031-677-0286.

가족 나들이 명당 안성맞춤랜드


안성맞춤랜드 공예문화센터에서는 금속·한지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상암 월드컵경기장보다 2배 가까이 큰 33만㎡ 면적의 터가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풍성하다. 남사당 공연장을 비롯해 천문과학관·공예문화단지·수변공원·야생화단지 등 다양한 시설이 모여 있다. 사계절 내내 가족끼리 나들이 나오기에 좋은 곳으로 안성시민이 맨 먼저 꼽는 명당이다.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잔디로 된 바우덕이 광장에서 아이들과 뛰어놀기만 해도 좋다. 큼지막한 수변공원을 산책하고, 야생화단지를 거닐어도 괜찮다.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있으면 공예문화센터를 추천한다. 금속·한지·섬유·도자기 공방이 9개 있다. 이 중에서 금속공방을 하는 ‘수니공방’에서 은반지를 만들어봤다. 은판에 이니셜 도장을 나무망치로 두들겨 찍는다. 이름이 ‘이세리’라면 ‘L.S.R’, 이런 식이다. 은판을 손가락 굵기에 맞게 지환봉에 감아서 동그랗게 만들고, 광을 내면 은반지가 완성된다. 40분이면 세상에 하나뿐인 반지를 낄 수 있다.


안성맞춤랜드에 있는 천체 망원경

공예단지 주변에는 천문과학관이 있다. 대형 망원경으로 낮에는 태양을, 밤에는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4D 영상관에서는 실감나는 태양계 탐험 영상이 상영된다. 안성맞춤랜드는 다음 달 7∼11일 열리는 ‘안성맞춤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의 주무대이기도 하다. 바우덕이를 주제로 한 공연을 비롯해 남사당 놀이, 태평무와 향당무 공연, 어린이 인형극 등이 열린다. 남사당 놀이 체험을 비롯해 제기차기·딱지치기 등 전통 놀이도 할 수 있다.

이용정보=이용정보=공예문화센터와 천문과학관은 월요일 휴관한다. 은반지·귀걸이 만들기 각 1만원, 한지 미니등 만들기 1만2000원. anseongcraft.com, 031-676-6543. 천문과학관 관람료 어른 4000원, 어린이 2000원. astro.anseong.go.kr, 031-675-6975.

“어디 한번 신나게 놀아보자꾸나, 얼쑤~.”

남사당패의 공연 모습

공연장에 모인 관객이 꽹과리 장단에 맞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춘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보니 한바탕 잔치가 벌어질 참이다. 남사당패 공연의 시작이다.

남사당패 공연은 6막으로 되어 있다. 풍물놀이와 덜미(인형극), 살판(땅재주놀이), 어름(줄타기), 버나놀이(가죽접시 돌리기), 덧뵈기(탈놀이) 등이다. 6가지 주제의 놀이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공연 중간마다 익살스런 재담이 섞여져 재미를 더해준다. 신나게 웃다 보면 공연시간 2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관객과 출연진이 한데 어울려 뒤풀이 마당을 벌인다.

남사당패 놀이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어름, 즉 줄타기다. 3m 허공에 매달린 줄을 타면서 온갖 재주를 부린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줄을 타는 사람, 다시 말해 어름사니가 여자다. 원래 남사당패는 남자로만 이루어진 무리인데 말이다. 안성이 낳은 남사당패의 스타 바우덕이 때문이란다.

“옛날에 안성 남사당패를 이끄는 꼭두쇠가 바우덕이라는 여자였습니다. 워낙 기예가 뛰어나 열다섯 살에 놀이패를 이끄는 수장이 되었다지요. 그래서 지금 안성 놀이패 33명 중 어름사니는 여자가 맡습니다.” 안성시 박주덕 홍보팀장의 설명이다.

바우덕이는 실존인물이다. 본명이 김암덕(1848∼70)이다. 소작농의 딸로 태어난 바우덕이는 1865년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 남사당패 공연으로 일꾼을 기쁘게 한 공로를 인정받아 당상관 정3품의 벼슬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폐병으로 스물세 해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용정보=남사당패 공연은 11월 28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일요일 오후 2시 등 두 차례 열린다. 안성 남사당 공연장 홈페이지(asmcland.cafe24.com)에서만 예약을 받는다. 어른 5000원, 어린이 1000원. 031-678-2518.

안성시가 매주 토·일요일 오후 2시부터 공도도서관 옆에서 주말 장터를 운영한다. 200여 농가가 직접 재배한 포도·배·한우 등 농축산물을 시가보다 30% 가량 싸게 판다. 031-678-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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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석희 기자 seri1997@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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