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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국 31개 도시에서 보낸 CD 31만 장, 청주시민의 소망을 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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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관 외벽에 장식된 CD 파사드. 공공예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청주시민 등 2만 7000여 명이 보내온 CD를 모아 완성했다. [사진 청주시]

‘현지·보민아 건강하게 밝게 자라자.’
‘몸 건강하게 전역하게 해주세요.’
‘뱃속에 양양이 건강하게 태어나길….’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에 있는 옛 담배공장 외벽에는 이런 소망이 적힌 폐 CD가 가득하다. 건물 벽 전체에 붙어 낮이면 반짝반짝 빛난다. 바람 세기와 빛의 강도에 따라 건물이 매 순간 다르게 보인다. 벽에 붙은 CD는 30만8000여 장에 달한다. 지난 4월부터 미국·중국·일본 등 9개국 31개 도시 사람들이 보내온 것과 청주시민들이 보내 온 CD들이다. 이 CD파사드는 길이 180m에 높이 30m로 옆으로 눕힌 63빌딩 크기와 맞먹는다. 건물 자체가 일종의 예술작품인 셈이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한 전병삼(38) 예술감독은 “비엔날레 역사상 가장 큰 전시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공예폐어 전시장에서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위)과 시민 200여 명이 우산을 들어 만든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심벌마크. [사진 청주시]

손으로 빚은 공예와 현대 미술과의 만남. 생활 공예를 넘어 의류·패션 등 산업과 예술을 접목한 확장 공예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는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16일 개막했다. 이번 공예비엔날레는 다음달 25일까지 40일 간 옛 청주연초제조창에서 개최된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행사장부터가 이목을 끈다. 메인 전시장으로 쓰일 건물이 다름 아닌 옛 청주연초제조창 건물이기 때문이다. 1946년 설립된 이 담배공장은 청주의 근대 산업을 대표하는 시설로 불렸지만 2004년 가동이 중단되면서 사람 발길이 뜸한 빈 터로 변했다. 공예비엔날레 조직위 김호일 사무총장은 “시민들이 폐허로 변한 담배공장을 직접 꾸미고 홍보영상을 함께 제작하면서 비엔날레 준비를 해왔다”며 “이번 비엔날레가 청주 구도심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본 전시인 ‘잇고 또 더하라’ 기획전은 공예의 역사와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을 포함 12개국 46팀이 출품해 전시되는 작품의 수는 600여 점이다. 전시는 4개 파트로 나눴다. ‘도구’ 섹션에선 나무·금속·섬유·유리 등 공예에 사용되는 재료를 형상화 한 작품이 소개된다. ‘유산’ 섹션에는 나전칠기·자수 등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공예가 소개된다. ‘확장’섹션에는 신소재를 활용한 다양한 작품이 소개된다. 폴란드 출신의 액세서리 디자이너인 가브리엘라 리겐자(Gabriela Ligenza)가 3D프린터로 만든 모자와 장식품도 전시된다. 이번 공예비엔날레에서는 특별히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한국 전통 갓에 새겨넣는 3D프린팅 작품이 소개된다. 조혜영(46) 전시감독은 “최근 세계적인 공예 추세는 신기술과 기존에 쓰이지 않았던 소재를 결합하는 다양성에 있다”며 “여기에 한국의 전통 공예를 접목한 이색적인 작품을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작가인 알랭 드 보통(사진)이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특별전도 열린다. 조직위는 공예와 인문학의 만남을 주제로 한국의 젊은 공예가 15명과 보통과의 교류를 추진했다. 작가들은 지난 8개월 간 현장워크숍과 이메일을 통해 보통과 수시로 연락하고 그가 제시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색체험도 눈길을 끌고 있다. 행사장 인근에 프라모델·외발전동휠·신기전(에어로켓)·3D 입체퍼즐 맞추기 등 11개 체험부스가 설치돼 아동·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다. 이승훈 청주시장은 “공예비엔날레가 공예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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