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당직 호남 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호남은 한나라당엔 불모지다. 소속 국회의원은 한 명도 없고, 지난 대통령 선거에선 불과 3~6%대를 득표했다.

하지만 16일 광주 구동체육관에서 열린 당 대표 후보 합동토론회장에서 만난 한나라당 당원 金모(52)씨는 "이젠 주위에서 고생한다고 덕담하지라"라며 민심의 변화를 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절대적 인기도 시들하다는 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대표 경선 후보들은 변화된 민심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합동토론회에선 모두 호남과의 인연을 내보였다. 호남에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배려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서청원(徐淸源)후보는 광주 민주화 운동 때의 취재 경력을 내세웠다. 이어 "당시 광주 시민의 높은 문화.시민의식을 느꼈다"며 "동서(東西)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호남에 최소 전국구 3석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최병렬(崔秉烈)후보는 노태우 정권 시절 정무수석으로 있으면서 '광주 민주화 운동'이란 이름을 지었고, 시조 묘가 이 지역에 있음도 강조했다. 崔후보는 법을 고쳐 "호남 지역구에 출마해 최고 득표를 한 분이 비례대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강재섭(姜在涉)후보는 광주에서 3년간 거주한 경험을 얘기한 뒤 이순신(李舜臣)장군의 말(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을 응용, "호남이 없으면 한나라당도 없다"고 했다.

호남 출신인 김덕룡(金德龍)후보는 "여러분의 한결 같은 염원이 있어 곳곳에서 김덕룡 바람이 일고 있다"며 "전국구뿐 아니라 당직도 지역 안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오(李在五)후보는 "지지자들이 모여 박수 치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고, 김형오(金炯旿)후보는 "호남에 한나라당 깃발을 꽂기 위해 비례대표 9석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盧대통령에 대해선 "盧정권은 한마디로 엉터리"(徐후보), "대통령을 용서할 수 없다"(崔후보), "우리 盧대통령은 어디 갔느냐"(姜후보)란 비판을 쏟아냈다. 崔후보는 특검 수사와 관련, "김대중(金大中)전 대통령을 처벌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날 본지 여론조사로 후보들 사이에 어느 정도 우열이 드러난 때문인지 오후 전주방송 TV토론회에선 선두그룹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비판이 거셌다. 이재오 후보가 崔.徐후보를 겨냥, "잘 나갈 때 한자리 한 사람은 물러나라"고 하자 강재섭 후보가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광주=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