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법 강경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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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노동계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였던 정부의 노동정책이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조흥은행의 매각을 반대하는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강경대응 방침에 따라 이달 말부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철도.지하철.조흥은행.금속.금융노조 등이 예정된 대로 줄줄이 파업을 강행할 경우 노.정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6일 오전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긴급기자 회견을 하고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은 불법"이라며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강력한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노조의 반대나 파업 때문에 조흥은행의 매각이 지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가능하면 6월중으로 매각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고건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대화와 타협을 우선시하겠지만 집단적인 불법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노조의 불법행동을 엄단하겠다는 발언을 함에 따라 노.정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가 강경대응에 나설 경우 30일 전국의 전 사업장이 동시에 파업에 들어 가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현대자동차 노조도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다음달 2일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이 전해진 직후인 오전 11시 조흥은행 노조는 서울 남대문로 본점에서 "정부의 계획대로 은행의 매각이 진행된다면 조흥은행에 근무할 아무런 가치나 의미가 없다"는 성명서를 냈다. 조흥노조는 직원 7천여명의 사직서를 모아 청와대 민원실에 제출하려 했으나 청와대 측이 접수를 거부해 무산됐다.

한편 정부는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에 대비해 대체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전산시설 보호와 금융업무 처리를 위한 비상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부는 노조원의 전산실 점거를 막기 위해 이날 오전부터 서울 역삼동에 있는 조흥은행 전산센터 빌딩 주변과 전산실에 경찰병력을 투입해 노조원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송상훈.김기찬.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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