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경제 선생님] 집에서 '창고세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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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혹시 '개라지(garage.차고) 세일'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세요? 자기 집 차고나 앞마당에 자신이 쓰던 물건을 내놓고 파는 것을 말합니다. 일종의 소규모 중고물품 직거래인 셈이지요.

미국이나 영국.캐나다.뉴질랜드 등 우리보다 생활형편이 나은 선진 외국의 어느 도시에서나 주말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소비문화 풍경입니다. 주로 자녀들이 자라서 소용없어진 물건들이나, 보관만 하고 제대로 쓰지 않는 집기 등을 아주 싼 값에 팔지요.

집집마다 차이는 있지만 가구.그릇.자동차용품 등의 필수 생활용품부터 자전거.스키.헬멧 등의 스포츠용품까지 별별 물건이 다 나옵니다. 아직도 너끈히 쓸 수 있는 생생한 장난감은 물론이고요. 아파트 단지에서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공동으로 열기도 합니다.

개라지 세일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즐겁습니다. 물건을 사러 간 사람 입장에선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거의 헐값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진열된 물건을 요모조모 들춰보며, 남의 집 소비생활을 구경하는 재미도 덤으로 누릴 수 있습니다.

개라지 세일을 기획한 집 주인 역시 즐겁습니다. 쓰지 않은 물건들로 늘 어지러웠던 집안 정리도 하게 되고, 조금이나마 돈도 벌게 되니까요.

하지만 가장 유익한 체험을 하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그 집에서 자라나는 자녀들, 바로 우리 아이들입니다.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값진 경제 공부를 하게 되거든요.

우선 자녀들은 스스로 자신과 가족에게 불필요한 물건을 골라내 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비록 자신에겐 소용없는 물건일지라도 다른 사람에겐 좋은 활용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게 됩니다. 자원 재활용을 체험하는 셈인데, 이런 경험을 쌓은 아이들은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자녀들과 함께 개라지 세일을 기획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집안을 살펴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나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모아보십시오. 그 다음 적절히 싼값을 매긴 뒤 친구나 이웃을 초대해 파는 것입니다. 주변 이웃들과 함께 세일 행사를 하셔도 좋습니다.

자녀들에겐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만일 수익금을 모아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돕는데 쓴다면 행사는 자연스럽게 자선바자가 될 수 있습니다.

배순영 한국소비자보호원 정책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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