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유엔총회 때 롯데 소유 호텔 묵는다…국무부 수십년 전통 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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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매년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때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임대하는 전통을 포기한다는 보도가 사실로 확인됐다.

AP통신은 11일(현지시간) 이달 말 열리는 유엔총회 기간 미국 국무부가 수십 년간 이용해 온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대신 뉴욕 팰리스 호텔과 임대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지난 6월 이 같은 내용을 처음으로 보도했었다.

통신에 따르면 보도 이후에도 이 사실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던 미국 국무부는 이날 호텔 계약 변경 사실을 공식 발표하고 뉴욕 팰리스 호텔과 최종계약을 맺었다. 뉴욕 팰리스 호텔은 최근 우리나라의 롯데그룹이 인수한 호텔이기도 하다. 미국 국무부가 뉴욕 팰리스 호텔을 숙소로 정함에 따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간 동안 롯데그룹 소유의 호텔에 묵게 된다.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은 각국 대통령과 유명인사들의 숙소로 이용돼 온 뉴욕의 랜드마크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유엔총회 기간에 미국 국무부 ‘지부’가 차려지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미국 국무부는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출장 오는 외교관들의 숙소를 제공하기 위해 이 호텔의 2개 층을 통째로 임대해 사용해 왔다.

전통이 깨진 것은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지난해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에 인수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도청과 같은 중국 스파이 활동을 우려해 호텔을 변경키로 했다는 것이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호텔 변경에 대해 “환경의 변화를 고려한 것”이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AP통신은 “이 발언에는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를 고려했다는 함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 묵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새 숙소가 된 뉴욕 팰리스 호텔은 지난달 롯데그룹이 8억500만 달러(약 9639억원)에 인수했다. 1882년 미국 철도왕 헨리 빌라드의 저택인 ‘빌라드 하우스’로 처음 지어진 뒤 1982년 호텔업계 거부였던 해리 헴슬리가 55층짜리 건물을 더해 5성급 호텔 ‘헴슬리 팰리스 호텔’로 개관했다. 93년 브루나이 국왕이 인수하면서 ‘더 뉴욕 팰리스 호텔’로 이름을 바꿨고, 롯데그룹이 이번에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로 다시 개명했다. 드라마 ‘가십걸’ 촬영장소로도 유명세를 탄 최고급 호텔이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사진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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