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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여성 구하다 하늘로 떠난 ‘진짜사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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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출근길에 교통사고 피해자를 돕던 특전사 상사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온 다른 차에 치여 사망했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않던 따뜻한 동료의 죽음에 동료 부대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육군에 따르면 특수전사령부 9공수 여단 소속 정연승(35·사진) 상사는 지난 8일 여느 때처럼 자신의 차량을 몰고 출근길에 나섰다. 그는 오전 6시40분쯤 경기도 부천의 송내역 부근을 지나던 중 편도 2차선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던 중년 여성이 차에 치여 쓰러지는 상황을 목격했다. 곧바로 자신의 차를 세우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그는 사고 운전자가 경황 없어 하는 동안 피해여성을 살폈다. 정 상사는 기도를 확보하는 등 응급처치를 했다. 하지만 그의 선행은 거기까지였다. 그가 남을 살리려 혼신을 다하는 그 순간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던 1t 트럭이 정 상사와 피해여성, 사고운전자 등 3명을 덮쳤다. 정 상사와 피해 여성은 인근 병원으로 곧바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육군 관계자는 “정 상사의 사망원인은 중증 흉부 손상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정 상사는 평소 열정적이고 솔선수범해 부대원들의 귀감이 됐다고 한다. 육군 관계자는 “정 상사는 손재주가 뛰어나 각종 장비 수리는 물론 다른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워하는 작업들을 앞장서 해냈다”며 “길리수트(Ghillie suit, 위장복) 제작과 연구 등 대테러·특수전 장비의 성능 개선과 부대 전투력 발전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정 상사는 여가시간을 이용해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지난 2000년부터 최근까지 부대 인근 장애인 시설과 경기도 시흥의 양로원을 찾아 청소, 빨래, 식사 제공 등의 봉사 활동을 했다. 또 결식 아동과 소년·소녀 가장을 돕기 위해 매월 10만원씩 후원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다른 사람의 어려운 처지를 돌보다 아내와 8살, 6살 두 딸을 둔 채 생을 마감했다.

 특수전사령부는 정 상사의 의로운 정신을 기리기 위해 모금운동을 펴기로 했다. 영결식은 10일 오전 9시 국군수도병원에서 부대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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