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빈, 회한의 통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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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북한의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으로 임명됐다가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빈(楊斌.40.사진)이 중국 법정에서 눈물과 통곡으로 선처를 호소했다.

15일 재판과정을 지켜본 楊의 측근에 따르면 楊은 13일 선양(瀋陽) 중급 인민법원에서 열린 3일간의 1심 마지막 날 심리에서 20분간의 최후 진술을 통해 "나는 어릴 때부터 줄곧 조심성이 없었으며 이번 일 또한 많은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나의 행동은 선양의 발전과 국가(중국)의 하이테크 농업 건설을 위한 것이었으므로 정상을 참작해 달라"고 울먹였다.

楊은 진술의 말미에선 "조국의 아들로 잘못을 했건 안했건 조국이 나를 처벌한다면 아들인 내가 어찌 어머니 조국을 원망할 수 있겠느냐"며 목이 메이기도 했다. 그는 또 고아로 할머니 품에서 어렵게 자란 불우했던 과거를 회상한 뒤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으로 진출하기까지 중국의 국가적 차원의 배려가 있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측근은 "30명 가량이 방청한 이날 재판정의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며 "楊의 진술이 어느 정도 호소력을 지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楊은 농업용지 불법 전용과 합동사기, 뇌물 공여, 금융증권 위조, 허위 출자 등의 혐의로 지난해 10월 중국 당국에 구속돼 지난 11일 첫 재판을 받았다.

楊은 선양과 친황다오(秦皇島) 등지에서 조사를 받아왔으며, 자신의 돈으로 TV를 사서 구치소 내로 반입해 시청하는 등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楊은 재판 절차를 마친 후 관련 규정에 따라 45일 안에 형량을 받게 된다.

한편 북한이 신의주 특별 행정구의 새 행정장관을 이미 임명했다고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14일 보도했다. 신문이 인용한 선양 주재 북한 총영사관 외교관은 "우리는 새 행정장관을 갖고 있지만 아직 발표하지는 않았다"면서 "양빈을 장관직에서 해임한 시기와 이유는 묻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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