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땐 농업개방 반대 삭발' 김영진 농림장관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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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촌의 절박한 현실과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을 조화시키기가 매우 곤혹스럽다."

김영진(金泳鎭)농림부 장관은 농업 개방에 반대하며 삭발까지 한 '투사 국회의원'에서 농정을 책임지는 장관으로 변신한 데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경제적 약자인 농어민을 대변하고 보호하겠다는 초심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농림부 장관은 농민의 애로사항을 정책에 반영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 지원은 쌀 농사보다는 친환경 농업을 중심으로 하고, 우선 정부 돈을 빌린 농민들을 대상으로 빚 상환 부담을 낮춰 한숨을 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추곡 수매가 인하 문제에 직답을 피했다. 그러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은 불가피하다며 농민단체의 주장을 모두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쌀이 남아돌고 있는데 새만금을 농지로 개발할 필요가 있나.

"6년 연속 풍년의 결과로 쌀 재고가 1천만섬 정도 된다. 그러나 1년만 재해를 입어도 재고는 3백만섬 이하로 떨어진다. 또 쌀 경작지 면적은 1백3만㏊인데 이 중 우량농지는 60만㏊에 불과하다. 경쟁력 있는 농지가 필요하다. 쌀 생산 조정은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을 앞두고 불가피한 것이다. 여러가지 고려 없이 단순히 재고량만 가지고 새만금의 농지 활용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농업과 환경은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새만금 공사의 중단은 안된다."

-새만금에 대한 정부 내 협의는.

"지난 4월 민주당 정책위 의장과 환경.해양수산.농림부 장관, 전북도지사가 모여 '공사는 하되 친환경적으로 개발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의견은 청와대에 보고됐다. 그러나 전체를 다 농토에서 산업복합단지로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 용도는 다양하게 하자는 것이다. 신구상 기획단에서 새만금 용도에 대한 결론이 나면 농림부도 수용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 외에 앞으로 추가적인 간척 사업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농촌 지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그동안 걷힌 농특세의 60%는 농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곳에 쓰였다. 농업은 대기정화나 홍수 대비 등 경제적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비교역적 기능이 있다. 내년 6월로 끝나는 농특세 시한이 10년 연장되면 농특세 수입은 농림부가 주관해 일괄 집행하도록 할 것이다."

-앞으로 농업 구조 개편 계획은.

"농촌에도 농가 회생을 위해 워크아웃 제도를 적용하겠다. 최우선 조치는 농어가에 대한 획기적인 부채 경감이다. 농가 부채 중 정책자금은 16조원이고, 면단위 회원조합을 통한 상호금융이 11조원이다. 정책자금 부문부터 빚 탕감을 지원할 것이다. 현재 3~4%인 금리를 1.5%로 낮추고, 상환 기간을 2년 거치 3년 상환에서 5년 거치 15년 상환으로 늘린다. 교육.문화 등에 대한 지원은 농어촌복지특별법을 제정해 지원할 것이다. 농특세 연장을 감안하면 10년간 약 20조원의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

-농가의 자구노력은 어떻게 요구할 것인가.

"대책기구를 통해 고품질 쌀 생산을 유도하겠다. 농가에 대한 직접 보조금(직불금)이 지금까지는 쌀 농사에 주로 지급됐다. 앞으로는 무게중심을 친환경 농업 쪽으로 돌릴 계획이다. 농업진흥지역 내 친환경의 경우는 특히 많은 직불금을 지급할 것이다."

-쌀을 포함한 농업 협상 전략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설득하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 이후 10년 동안 농가 부채가 2.7배 증가하는 등 농업 환경이 더 나빠졌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또 쌀 40만t을 북한에 지원하는 등 세계 평화에 한국 농업이 기여하는 특수성을 강조할 생각이다. 쌀에 대해선 관세 유예화가 목표다."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는 하고 있다. 그러나 밖으로는 협상 목표를 분명히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곡 수매가는 어떻게 되나

"정부는 2% 인하, 농림단체는 3% 인상, 여야는 동결 입장이다. 농업 협상 등을 감안할 때 현 상황에서 수매가를 인상하는 것은 무리다. 2% 인하를 전제로 제시한 7백57억원의 직불금을 예산처 등에선 3~5㏊ 이상을 경작하는 농가에 지급하자고 하지만 농림부는 영세농에게 우선 지급하자는 입장이다."

-한.칠레 FTA에 대한 생각은.

"의원일 때 FTA는 불가피하나 체결 대상을 칠레로 선정한 과정에 문제가 있고, 농민 피해에 대한 대책이 없었기 때문에 반대했다. 그러나 쌀.사과.배는 협정에서 완전히 예외가 됐고, 농민 보상을 위한 특별기금을 만드는 등 보완책이 많이 마련됐다. 1백%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차선의 대안은 되기 때문에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FTA로 인한 피해 보전을 늘려 달라는 주장이 있다.

"피해 규모를 면밀히 분석해 7년간 8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농민단체와 여야에선 더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경우에만 지원 확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서명운동 등으로 밀어붙이는 식은 곤란하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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