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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 레바논 3-0 완파…원정 무승 징크스 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축구대표팀이 11년간 이어진 '레바논 원정 무승 징크스'를 깼다.

한국(FIFA랭킹 57위)은 9일(한국시간) 레바논 시돈의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G조 3차전에서 레바논(133위)을 3-0으로 완파했다. 미얀마와 라오스를 꺾은 한국은 3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반 21분 장현수(24·광저우 부리)가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구자철(26·아우크스부르크)이 전반 25분 자책골을 이끌어냈다. 후반 15분 권창훈(21·수원)이 쐐기골을 터트려 완승을 자축했다.

한국은 최근 3차례 레바논 원정에서 2무1패에 그쳤다. 2004년 10월13일 1-1로 비긴 이후 11년간 레바논 원정에서 이긴 적이 없다. 한국은 1993년 1-0 승리 이후 22년 만에 레바논 원정에서 이겼다. 상대전적에서도 8승2무1패로 우세를 이어갔다.

경기 전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은 "과거의 기록은 과거일 뿐이다. 우리팀은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아주 훌륭한 팀"이라고 말했다. 감독의 말대로 한국은 지긋지긋한 레바논 원정 악연을 끊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3일 라오스전(8-0승)에 이어 또 다시 공격적인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근 토트넘(잉글랜드)으로 이적한 손흥민(23)은 영국 취업비자 발급을 위해 레바논 원정에 불참했다. 대신 이적 절차 때문에 라오스전에 결장했던 구자철(26·아우크스부르크)이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해 손흥민의 빈자리를 메웠다. 최전방 공격수는 석현준.24·비토리아)이 2경기 연속 선발 출격했다

최근 레바논은 '쓰레기 대란'으로 인한 시위가 벌어져 몸살을 앓고 있다. 레바논 정부가 베이루트에서 하루에 2000톤씩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할 곳을 찾지 못하자 시민들이 무능한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때문에 수도 베이루트가 아닌 외곽도시 시돈에서 열렸다. 레바논 정부와 축구협회는 이날 한국대표팀 안전을 위해 500여명의 경찰력을 배치했다.

예상대로 축구장 분위기는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9000여 명이 운집한 레바논 팬들은 녹색 빛의 레이저빔을 쏴가며 한국 선수들을 괴롭혔다. 경기장 잔디 상태도 좋지 않았다. 잔디를 밟으면 푹푹 꺼지고, 볼은 불규칙하게 굴러갔다. 잔디 일부는 뿌리 채 들어올려질 정도였다. 경기 전 시돈 지역에 모래바람이 불기도 했다.

한국은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선제골은 주장이자 중원사령관 기성용(26·스완지시티)의 발 끝에서 시작됐다. 전반 20분 기성용의 침투패스를 받은 석현준이 페널티 박스에서 상대 수비 2명 사이를 돌파하다가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오른쪽 풀백 장현수가 키커로 나섰다. 1분 뒤 장현수의 오른발슛은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골망을 흔들었다. 분위기를 탄 한국은 4분 뒤 역습 찬스에서 권창훈의 패스를 받은 구자철이 추가골을 이끌어냈다. 아크 부근에서 구자철 돌파를 막던 레바논 선수가 볼을 걷어내려다 자책골로 연결됐다. 레바논전에서 2골을 기록했던 구자철은 '레바논 킬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구자철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재성(23·전북)과 교체됐지만 45분 동안 존재감을 입증했다.

한국은 후반 15분 기성용의 패스를 받은 권창훈이 아크 서클에서 수비수를 등진 채 오른발 터닝슛으로 쐐기골을 뽑았다. 지난 달 중국 우한 동아시안컵에서 A매치에 데뷔한 권창훈은 5경기에서 3골을 몰아쳤다.
한편 한국과 같은 조 쿠웨이트는 이날 라오스를 2-0으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한국은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에 앞서 조 선두를 기록했다. 한국은 다음달 8일 쿠웨이트와 원정 4차전을 치른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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