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티 全敎組의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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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안티(反) 전교조'를 표방한 새로운 교육단체인 교육공동체시민연합이 출범했다. 우리의 교육현실을 보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 여부를 놓고 정부.전교조.한국교총.학부모 모임 간의 기세 싸움이 한창이다.

이 단체가 명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전교조의 행태를 비판하는 활동을 주로 할 것으로 보여 교육단체 사이에 알력이 심화하지 않을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왜 이런 단체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는지 전교조는 먼저 지난 활동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전교조는 그동안 여섯차례 연가투쟁을 통해 학생들에 대한 교육보다는 자신들의 투쟁 목표 실현에 더 집착했다. 최근에는 전교조 교사들의 수업 거부로 피해를 본 학생과 학부모에게 위자료를 주라는 법원의 판결까지 나왔다. 전교조의 불법활동이 이 정도인데도 그 집단이 갖는 힘 때문에 속수무책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육을 걱정하는 국민 사이에서는 전교조에 대항하는 교육조직의 필요성을 느꼈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새 단체가 전교조의 독단을 제어해 교사들이 학생 교육에만 전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를 우리는 고대한다. 또 전교조가 주도하는 의식화 교육이나 반미공동수업 등 청소년의 가치 혼란을 초래하는 수업이 진행되지 않도록 이 단체가 노력했으면 한다.

새 단체의 창립선언문 가운데 '2세 국민의 건전한 성장 발달을 막는 사회세력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대목은 옳은 생각이다. 우리는 새 단체가 학생들이 균형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소양을 길러주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 방법이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비판만 앞세워서는 긴장과 혼란을 낳을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새 단체는 교육단체 간에 또 다른 다툼을 초래하는 조직이 될 뿐이다.

교원.학부모.교장협의회.퇴직교원.시민단체와 전직 국무총리.교육부장관.대법관 등 각계인사로 구성된 새 단체가 정말로 이 나라 2세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주기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