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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중증환자들 아픔 지워줄 지우개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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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어린이 환자를 지원하는 비영리 재단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RMHC)의 제프리 존스 회장(가운데)은 다음 달 2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어린이 환자를 위한 애견패션쇼를 열 계획이다. [사진 한국RMHC]

서울에 사는 열한 살 윤재(가명)는 지난해 10월 태어나서 처음으로 충치 치료를 받았다. 충치를 제거하고, 다 썩은 치아를 뽑아내는 데 꼬박 8시간이 걸렸다. 여느 아이라면 1시간이면 충분할 치료지만 뇌병변 1급 장애를 앓는 윤재는 전신마취를 하고서야 입안 구석구석을 치료할 수 있었다. 팔다리가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마취 없이는 진료의자에 가만히 누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윤재의 치료는 올해 초 경기도 파주시와 재단법인 한국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RMHC)가 서울대치과병원 의료진을 연결해주면서 가능했다. 비용 걱정없이, 최고의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은 윤재는 요즘 더 잘 먹고 더 잘 웃는다. 류인철(58) 서울대치과병원장은 “장애 때문에도 힘든데, 치과 치료까지 어렵다 보니 (장애아동의) 삶의 질이 더 떨어진다”며 “이 아이들을 위해 뭘 함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치료 지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RMHC는 윤재처럼 중증장애를 앓는 저소득층 어린이 환자와 가족을 위해 의료·교육지원사업을 펼치는 비영리 재단이다. 1974년 미국 필라델피아 지역 주민들이 병원에 장기 입원한 어린이 환자를 돕기 위해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를 중심으로 모금운동을 벌인 게 시초다. 한국엔 2007년 세계에서 51번째로 재단이 설립됐다. 현재 서울대치과병원·연세세브란스병원 등 주요 병원들과 손잡고 치과 치료 지원, 어린이병원학교, 가족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경남 양산의 부산대병원에는 장기 입원하는 환아와 가족들을 위한 쉼터인 ‘RMHC 하우스’를 지을 예정이다. 집을 떠난 지 오래된, 병실이 곧 집이 되어버린 장기입원 환아들이 가끔씩 병실 밖으로 나와 가족들과 살 맞대며 시간을 보낼 공간이다.

 한국RMHC는 지난 7월 제프리 존스(63) 전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변호사)이 재단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한층 활기를 띠고 있다. 존스 회장은 취임식 대신 중증질환 어린이 환자와 장애아동이 참여하는 백일장을 열었다. 그는 “‘아픈 것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쓴 어린이 환자의 동시를 읽고 백일장을 생각했다”며 “한국에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한국 사람이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봉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다음 달 2일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재단 모금활동의 일환으로 애견패션쇼도 개최한다. 가족 같은 반려견인 강아지들과 함께하는 패션쇼로 어린이 환자를 위한 모금행사의 의미를 살리자는 취지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와 대사의 애견 그릭스비가 무대에 오르고 유인촌 전 문화부장관, 방송인 임백천 등도 애완견과 패션쇼에 참가한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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