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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취업 포인트는 자소서 … 뻔하면 안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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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하반기 공채 시즌이 왔다.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대기업 그룹 공채에선 ‘자기소개서(자소서)’가 취업의 당락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31일~지난 3일 경북대·충남대·전남대 등에서 진행한 ‘11개 대기업 그룹’의 채용 설명회를 종합하고 이들 그룹의 인사 담당자를 별도 인터뷰한 결과다. <표 참조>

 인사 담당자들은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자소서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팁을 내놓았다. 자소서는 채용 담당자가 취업준비생을 만나는 첫 접점이다. 최근 주요 그룹이 외국어 점수, 수상 경력, 연수·인턴 활동 같은 ‘스펙’을 보지 않는 추세이기 때문에 채용 담당자는 취준생이 직무를 얼마나 준비했는지 등을 자소서를 통해 체크한다. 추후 하게 될 면접도 이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소서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삼성그룹은 올해 하반기부터 일종의 서류전형인 ‘직무적합성평가’를 신설했다. 지원자의 전공과목 이수 내역, 활동 경험, 에세이 등을 통해 직무 적합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본인이 특정 직무에 관심을 갖고 성실히 준비했다는 것을 부각시켜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삼성그룹 인사 담당자는 “에세이는 지원하는 계열사·직군에 관계없이 ‘공통 주제’가 주어진다”며 “논술과 자소서의 복합적인 성격을 지니는 데 자신의 전공·역량·지식·경험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등을 묻는 무난한 주제가 제시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류전형→인·적성 검사→1차·2차 면접’ 순으로 채용을 진행하는 LG그룹도 서류전형에서 자소서의 비중이 높다. 계열사마다 문항은 다르지만 ▶지원 동기 ▶도전 경험과 극복 ▶관련 분야 경험·이력 등을 묻는다. 지원하려는 회사의 주력 제품과 관련 시장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원자가 회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적는 게 좋다. LG그룹 인사 담당자는 “자소서의 핵심은 ‘진정성’과 ‘팩트’”라며 “여기에 자신만의 철학이나 차별화된 역량이 묻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스코 채용 관계자는 자소서의 ‘금기(禁忌) 문구’를 제시했다. 예컨대 ‘수학여행 때 포항제철소를 견학하고 감명받았다’처럼 식상한 내용은 감점 요인이라고 했다. 또 ‘해외 연수 때 외국인과 친해지면서 비빔밥 같은 인재가 됐다’ 같은 문구도 업무와 연관성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SK그룹은 자소서에 난관 극복을 위한 도전,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 아이디어 등 ‘그룹 가치관’을 녹여내라고 주문했다. 그룹 관계자는 “예컨대 자신에게 요구된 것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세워 시도한 경험 중 기억에 남는 걸 쓰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현대 정신(적극 의지, 강인한 추진력 등)에 부합하는 경험’을 강조했고, 한화그룹은 ‘도전·헌신·정도 정신’과 지원자 경험을 접목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역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은 재계 2위 현대차그룹도 올해 하반기부터 ‘자소서 문항’을 1개에서 3개로 크게 늘렸다. 다각도로 심도 있게 지원자를 파악하려는 취지다. 추가된 문항은 기존의 ‘해당 직무에 지원한 이유’ 외에 기억에 남는 최고의 순간, 지원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 등이다. 회사 관계자는 “문항당 1000자 안팎으로 핵심을 깔끔하게 기술해야 한다”며 “직무나 회사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는 자소서는 특히 유심히 본다”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7일부터 하반기 대졸 공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일자리 확대에 기여하자”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에 따라 지난해보다 15% 늘린 1500여 명을 뽑는다. 서류·필기(SK종합역량검사)·면접을 거쳐 12월 초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이랜드그룹도 6일 공채 서류 접수를 시작한다. 그룹본부·이랜드월드(패션)·이랜드리테일(유통) 등 6개 부문에서 신입·인턴 400명과 현장 관리직 1600여 명을 채용한다.

김준술·손해용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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