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가 표심 잡는 황금시간 … 짧은 글 매일 직접 올려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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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호 12면

하배스 페이스북 본부장은 “페이스북에 이제 막 눈뜬 50대를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 톈탄(天壇) 공원에서 리커창 (李克强) 중국 총리와 함께 찍은 ‘셀피(자신을 직접 찍은 사진)’를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를 두고 “세상에서 가장 막강한 셀피”라고 보도했다. 모디 총리는 7월에는 리커창 총리의 생일을 맞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이 사진과 함께 “리커창 총리, 생일 축하합니다. 장수를 기원합니다. 나는 지난번 방문을 따뜻하게 기억합니다”는 메시지를 중국어로 남겨 중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이어 세계 정치인 중 두 번째로 많은 트위터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모디 총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외교’의 정석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인의 SNS 활용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한 일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19대 국회의원 총 300명 중 76%인 228명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고 SNS를 어느 하나라도 사용하는 의원의 비율은 95.7%로 집계됐다. 19대 의원들이 선호하는 SNS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SNS를 제대로 활용하는 정치인은 사실 많지 않다는 게 SNS 전문가들의 평가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정치인들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불특정 다수를 향해 일방적으로 정보를 쏘아대는 방식으로 SNS를 활용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거 초기부터 디지털 전략 세워야그렇다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정치인들이 SNS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비법은 없을까. 최근 방한한 페이스북의 케이티 하배스(Katie Harbath·35) 국제정치·선거협력 본부장이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새정치민주연합 보좌진협의회의 초청으로 국회에서 ‘이기는 선거캠프’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정치인의 효과적인 SNS 활용법을 소개했다.


미국 하원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공화당 상원위원회의 디지털 전략을 맡기도 했던 하배스는 현재 페이스북 본사에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선거·정책 캠페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2012년 오바마 대통령 재선 캠프와 2014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페이스북 홍보전략을 조언하기도 했던 그는 최근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페이스북에서 2016년 미국 대선 출마선언을 하도록 주도했다.


하배스는 이날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SNS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첫 번째 원칙으로 적어도 2~3일마다 주기적으로 본인이 직접 글을 올리는 것을 꼽았다. 보좌진이 대신 글을 올리거나 관리하도록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메시지는 가능한 한 매일 쓰되, 3줄 이내로 짧고 간략하게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이용자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밤 9~10시를 공략하라는 팁도 덧붙였다.


선거 국면에서 무엇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SNS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치인 스스로 SNS의 기능과 활용 전략을 완전히 익혀야 한다는 것도 함께 주문했다. 그는 “디지털 캠페인 전략회의에 후보 본인이 직접 참석해야 한다”며 “한국에서는 아직도 기존 선거 전략이 수립된 이후에 디지털 선거 전략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거 초기부터 이를 함께 아우르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큰 호응을 받을 수 있는 SNS 내용은 무엇일까. 하배스는 “기존 미디어와 뉴미디어를 적당히 섞을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기존 미디어에서는 볼 수 없는 미공개 사진이나 비하인드 동영상은 후보자의 솔직한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 유권자의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소재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키우고 있는 진돗개 희망이와 새롬이가 낳은 강아지 5마리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이름 공모에 나선 것을 좋은 사례로 꼽았다. 특히 동영상 중에서 하배스가 추천하는 효과적인 게시물은 ‘직캠’(본인이 직접 촬영한 동영상)이다. “휴대전화로 간단하게 촬영한 동영상이라도 상관 없다. 본인이 누굴 만났는지, 본인이 어딜 갔는지 본인과 교류한 대상이 함께 노출돼야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길이는 가급적 3분을 넘기지 말아야 하며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이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미국 대통령선거 직후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은 부인 미셸 오바마와 포옹하는 사진(사진 1)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선거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당선의 기쁨을 한 장의 사진으로 압축해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과 겨뤘던 공화당 밋 롬니 후보의 페이스북에는 ‘Thank you’라는 메시지만 크게 쓰인 사진(사진 2)이 게시됐다. 이런 미숙한 대처로 인해 ‘아름다운 패배’라는 이미지를 통해 차기를 도모할 수 있는 기회까지 놓쳐버렸다는 후문이다.


홍보로는 한계 … 쌍방향 소통이 답정치인들이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는 데 가장 주목해야 할 유권자 연령층으로는 50대를 꼽았다. 하배스는 “2030세대가 SNS를 가장 많이 이용하지만 최근 페이스북에서 가장 급격하게 사용자가 늘어나는 연령층은 50대”라며 “내년 4월 총선 등에서 50대를 겨냥한 SNS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SNS의 핵심 기능은 역시 ‘소통’이다. 정치인들이 SNS에서 일방적으로 ‘홍보’만 하는 것보다는 온라인 유권자들이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들으려고 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정치인들이 SNS 활용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대목이 바로 이것이라는 것이다.


바쁜 일과로 24시간 내내 SNS를 들여다볼 수 없는 정치인들이라면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질문과 응답(Q&A)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제시됐다. 일정한 시간대를 정해놓고 질문이 올라오면 정치인이 실시간으로 답변하는 방식이다. 하배스는 “페이스북의 댓글 순위 기능을 활용하면 정치인의 답변 내용이 항상 가장 위에 표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권자의 프로필을 활용해 연령·지역 등에 따라 맞춤형 메시지를 ‘타기팅’ 하는 방안도 함께 추천했다.


좀 더 많은 온라인 유권자와 소통하기 위해 가능한 한 하나의 SNS보다는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배스는 “각 SNS가 가지는 주요 특성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선거에서는 다양한 SNS 채널을 골고루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배스는 2012년 초 선거전략을 조언했던 한 정치인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던 일화도 소개했다. 당시만 해도 없었던 모바일 광고 서비스 기능을 왜 알려주지 않았느냐는 항의였다. 하배스조차도 언제 어떤 서비스가 나올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페이스북의 환경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하배스는 “디지털 선거에서 ‘항상 이기는 법’이란 없다. 매뉴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런 게 SNS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결국 SNS를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비결은 정치인 본인이 얼마나 ‘참여’와 ‘진심’을 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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