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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곳간 인심

중앙선데이

입력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남윤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는 여론조사가 주요 뉴스로 보도됐습니다. 오차가 늘 있는 여론조사에서 29%나 31%나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그래서인지 의미 없는 수치를 놓고 언론이 너무 떠든다고 비판하시는 분도 있더군요.


지지율이란 게 도대체 뭡니까. 대통령의 업무 수행능력과 정책성과에 대해 국민들이 매기는 수치화된 성적표입니다. 집권 후 시간이 흐를수록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건 역대 정권의 공통된 경험입니다. 정부 출범 초엔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곤 합니다. ‘허니문 효과’라고도 하지요. 그러다 서서히 현실과 기대의 괴리 탓에 불만층이 이탈하면서 지지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지요.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지지율의 절대 수준보다 긴 흐름입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해선 이미 분석이 나왔습니다. 누적된 인사 참사, 청와대 문건 파동, 불통 회견, 그리고 연말정산 대란이 연쇄적으로 결정타를 날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론 2년여동안 쌓여온 불만과 실망이 드디어 임계치를 넘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죽었다 깨어나도 1번을 찍는다는 특정 지역의 공고한 지지 덕에 박 대통령은 ‘콘크리트 지지층’을 지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콘크리트마저 침하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특보단과 차 한 잔 마신다고, 우르르 몰려가 영화 한 편 본다고 복원될 지지율이 아닙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수행의 중요한 변수입니다. 지지율이 높을 땐 국민의 지지와 국회의 협조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지율이 바닥을 기면 사사건건 장애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뿐인가요. 선거에도 영향을 줍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는 결국 여당에 대한 평가로 연결되기 때문이지요. 새누리당에서 ‘이대로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위기의식의 표현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대통령 지지율에 경제라는 변수를 대입해 볼까요. 경제가 안 좋으면 현직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얻는 데 매우 불리해집니다. 자신의 경제 형편이나 국가경제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기 때문이지요.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많은 정치학자들이 경제적 성과와 대통령 지지율 사이의 상관관계를 입증한 바 있습니다.


또 대통령이나 권력 핵심부의 스캔들이 일어나더라도 경제가 좋으냐, 나쁘냐에 따라 그 충격이 상쇄되기도, 증폭되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박 대통령의 경우 후자에 해당합니다. 미국의 경험이지만, 클린턴 대통령의 지지율은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진 와중에도 상승했습니다. 정치학자들은 이를 두 가지로 해석하더군요. 하나는 유권자들이 사적인 영역의 스캔들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공화당의 프레임에 식상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클린턴 시절 경제상황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이와 비슷하게 레이건 대통령도 재임 중 불거진 이란 콘트라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지만, 당시의 호황이 상당 부분 완충 역할을 해줬다고 합니다.


어제 청와대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을 훑어봤더니 대통령의 ‘국제시장’ 관람을 비난하는 글이 있더군요. 서민들은 영화 한 편 보기도 부담스러운데, 지금 보좌진 우르르 데리고 영화관 갈 때냐 하며 힐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글을 보면서 대통령이 뭘 해도 싫다는 사람들이 많아졌구나, 하고 실감했습니다. 곳간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지요.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인심도 그처럼 팍팍해지는 법입니다. 그렇다고 꼭 고도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서민들은 뭐 거창한 거 바라지도 않습니다. 능력껏 노력하는 대로 먹고살게 해달라는 게 그들의 소박한 바램 아니겠습니까.


집권 3년차쯤 되면 ‘박정희 후광 효과’라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재고자산은 이미 소진됐다고 봐야 합니다. 박 대통령은 이젠 자신만의 뭔가를 보여줄 때가 됐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박근혜는 무엇을 위해 집권했나’ 하는 냉엄한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부터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 정부에서 한 자리 하고 계신 분들은 답을 준비해야 할 겁니다. 나중에 그 질문 앞에서 비실비실 물러서거나, 누구처럼 구차한 변명 늘어놓진 않기 바랍니다. 금주 중앙SUNDAY는 대통령 지지율의 흐름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언론과 야권의 각종 의혹 제기로 후보자가 눈물까지 보일 지경입니다. 차남의 병역 문제는 십자인대 파열로 대충 마무리될 듯합니다만, 축구선수 이동국이 십자인대 수술 받고 군 복무는 물론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고위 공직자들은 병역 문제로 손가락질을 받는 겁니까. 대한민국에서 군대 제대로 다녀오면 출세 못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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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축구 결승전이 드디어 토요일 저녁에 열립니다. 홈팀 호주와의 대결, 과연 어찌 될까요. 금주 중앙SUNDAY는 승부의 결과뿐 아니라, 국내에서 손꼽히는 ‘축구논객’의 관전평을 신속하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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