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측근, 정준양 취임 직후 특혜의혹 회사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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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은 2010년 3월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지분을 시가보다 높게 사들이는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검찰이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포항 지역구 사무소장을 지낸 박모씨가 소유했던 포스코 협력업체 ‘티엠테크’의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이 전 의원의 측근 박씨가 티엠테크 지분을 매입한 경위, 매입 자금 출처 등도 집중조사 중이다. 검찰은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이 일부 포스코 협력업체로부터 납품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이 전 의원이 포스코의 제철소 설비를 보수·관리하는 업체인 티엠테크 설립과 측근 박씨의 지분 투자 등에 관여했는지 수사 중이다. 2008년 12월 설립된 티엠테크는 포스코켐텍과의 거래로 연매출 170억~180억원을 기록했다. 검찰은 박씨가 2009년 6월께 티엠테크 지분 100%(5만 주)를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취임한 지 4개월 만에 박씨가 최대주주에 오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씨는 포스코그룹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6월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검찰은 또 티엠테크가 비자금을 조성해 정 전 회장, 이 전 의원 등에게 전달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티엠테크의 매출은 100% 포스코켐텍에서 발생하는 구조”라며 “설립 후 기존 거래업체의 물량을 가져오고 매출 100%를 한 업체와의 거래에서만 올린다면 특혜 의심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009년 티엠테크에 지분 참여를 했고 올해 6~7월께 정리했다”며 티엠테크 지분 보유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박씨는 “지분 투자는 지인의 권유였고 이상득 전 의원의 지시를 받은 게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정준양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 전 의원이 포항에 올 때 모시긴 했지만 정 전 회장을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정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재직시기(2009년 2월~2014년 3월) 배임혐의 등을 추궁했다. 정 전 회장 소환조사는 지난 3월 13일 포스코 비리에 대해 본격 수사가 시작된 지 6개월 만이다. 이날 오전 9시50분쯤 검찰에 나온 정 전 회장은 “국민 여러분과 주주들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스럽다”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2010년 3월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지분을 시가보다 두 배가량 높게 사들이는 과정에 개입했는지 집중조사했다. 포스코는 부채비율이 1600%에 달하는 성진지오텍을 사들인 후 자금난을 겪었다. 반면 성진지오텍 최대주주였던 전정도(56·구속 기소) 전 세화엠피 회장은 지분 매각으로 300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협력업체인 동양종합건설에 인도 제철소 건설공사 등 대규모 해외 공사를 맡긴 과정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앞서 포스코건설 임직원들에 대한 조사에서 “정 전 회장이 2010년 3000억원대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CGL(아연도금강판) 플랜트 건설사업 전체를 동양종건에 맡기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동양종건이 이 사업에서 850억원대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와 철강 중간재를 거래하는 협력업체 코스틸과의 유착 의혹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을 2~3차례 더 소환해 정 전 회장의 인척이 코스틸의 고문으로 재직하며 4억원대의 고문료를 받은 경위 등도 캘 계획이다.

글=김백기·이유정 기자 key@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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